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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친구가 되어 줄게 ㅣ 라임 그림 동화 45
쥘리에트 발레리 지음, 쥘리 드브지 그림, 김자연 옮김 / 라임 / 2025년 8월
평점 :
라임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너의 친구가 되어 줄게 / 쥘리에트 발레리 글 / 쥘리 드브지 그림 / 김자연 역 / 라임 / 라임 그림 동화 45 / 2025.08.20 / 원제 : Une nuit d'enfant chat(2024년)
그림책을 읽기 전
짙은 초록 위로 까만 고양이 얼굴이 또렷이 담겨 있어요.
어둠과 빛이 만나는 눈동자 안에는 작은 아이의 모습이 아련히 담겨 있어요.
고양이와 마주한 지금도 좋지만, 표지를 열면 낯선 모험이 시작될 것만 같아요.
그림책 읽기

어느 날 아침, 새 한 마리가 내 방 창가로 다가와 "나랑 같이 갈래?"
"난 날개가 없어."

다음 날 아침에는 새가 찾아오지 않았어요.
괜스레 심통이 났지요. 그러다 불쑥 화가 치밀지 뭐예요?

이번에는 새가 아니라 고양이었어요.
"나랑 같이 갈래?"
그림책을 읽고
엘라는 친구가 없어 늘 창가에 앉아 책만 읽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나랑 같이 갈래?” 하고 말을 걸었지요. 하지만 엘라는 날개가 없어 하늘을 함께 날 수 없었어요. 새는 이내 사라지고, 이번에는 고양이가 다가옵니다. “꼭 새가 아니어도 괜찮아. 이제 나랑 같이 가자.” 고양이는 지붕 위로 폴짝 뛰어올랐지만, 엘라는 그곳에 오를 수 없었어요. 또다시 혼자가 된 엘라, 과연 그녀에게는 어떤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새, 고양이, 엘라는 모두 다른 모습과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나와 다른 타인과의 만남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지요. 처음에는 다투기도 하고, 서운해하기도 하고, 마음이 엇나가기도 해요. 하지만 그 속에서 기다림과 양보, 타협과 협동을 배워 가지요. 엘라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스스로 원하는 친구의 모습을 알아가고 '내게 꼭 맞는 친구는 반드시 있다'는 희망이 전해져요. 그 만남이 늦게 오더라도, 결국 진짜 친구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다가오니까요.
저는 어릴 적에 맞는 관계는 억지로 붙잡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임을 몰라서, 나를 잃어버릴 정도로 상대에게 맞추며 친구에 목을 맸던 기억이 있어요. 친구의 의미를 깨닫는 중요한 시기에 좋은 학교 진학을 위한 전학이 오히려 저에게는 독이 되었지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따라가며 ‘배려와 변신은 다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친구를 위해 양보하고 기다려 주는 건 분명히 소중한 일이지만,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상대에게 맞추는 건 건강한 관계라고 할 수 없어요. 친구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해 주는 사람이어야 하고, 나 역시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며 곁에 설 수 있어야 하지요.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히 친구 사귀기의 기쁨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친구란 어떤 존재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지요.
또 하나 주목하고 싶은 건 줄리 드브지 작가의 그림이에요. 밝고 강렬한 색감은 마치 아이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음악 앨범 같아요. 글을 읽어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그림 속에서 상상의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지요. 숲의 푸른빛, 고양이의 검은 눈동자, 활짝 열린 창문과 체리나무의 붉은 열매까지… 생동감 넘치는 장면 하나하나가 아이들을 끝없이 넓은 세계로 이끌어 주지요.
결국 <너의 친구가 되어 줄게>는 외로운 아이가 친구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면서도, 그 과정 속에 담긴 성장을 함께 보여주었어요. 다툼과 갈등을 통해 배려와 기다림을 배우고, 때로는 맞지 않음 속에서 진짜 친구의 의미를 깨닫게 되지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친구가 곁에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선물이었네요.
- <너의 친구가 되어 줄게> 완성 과정 -

쥘리 드브지 작가님은 그림책 <너의 친구가 되어 줄게>의 완성 과정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개하셨어요.
하나의 장면을 완성하기까지 밑그림으로 대략적인 구성을 잡고, 첫 번째 채색으로 분위기를 불어넣은 뒤, 세부 묘사로 깊이를 더해가는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셨지요.
작가님은 텍스트를 받아 그 의미를 해석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구상하며 그림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전했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 다듬고 품어온 프로젝트가 마침내 세상 속에 펼쳐지는 작업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네요.
쥘리 드브지(Julie Debezy)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juliedebezy
- <너의 친구가 되어 줄게> 다른 얼굴 -

한글 번역판과 원작의 표지가 서로 다르게 꾸며져 있어요.
한국어판은 고양이의 얼굴과 눈동자 속 아이의 모습을 크게 담아 신비롭고 상징적인 분위기를 주지요. 반면 프랑스 원작은 아이와 고양이 옷을 입은 인물이 손을 잡고 밤의 연못가를 거니는 장면을 보여주며 이야기의 서정적인 흐름을 담아내고 있어요. 두 표지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어판 표지가 더 마음에 들어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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