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구멍에 빠졌어요 올리 그림책 60
케스 그레이 지음, 크리스 제번스 그림, 이현아 옮김 / 올리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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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그니가 더크니를 찾고 있는데, 자신보다 작은 기린이 “내가 더크니야”라고 말해요. 알고 보니 깊은 구멍에 빠진 더크니가 자그니보다 더 작아 보였던 거예요. 자그니는 더크니를 구하기 위해 혼자 힘껏 잡아당겨 보지만 소용이 없지요. 그래서 멀리까지 가서 코끼리와 고릴라들을 데려와 함께 힘을 모아 보지만, 그래도 더크니는 꿈쩍도 하지 않아요. 과연 자그니는 이번에는 어떤 방법을 생각해 낼까요?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옆으로 크게 펼쳐지는 플랩이었어요. 코끼리와 고릴라들이 힘을 모아 더크니를 끌어내려 애쓰는 장면은 책장을 옆으로 길게 펼치면서 한눈에 담을 수 있었지요. 많은 동물이 동시에 등장하는 장면이 이렇게 시원하게 펼쳐지니, 그 힘겨운 현장을 함께 지켜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었어요. 그림책의 판형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길쭉하게 제작되어, 두 권을 나란히 두었을 때 짝꿍 그림책으로서의 연결성을 느낄 수 있었지요. 무엇보다 이야기에 꼭 맞는 방식으로 공간이 확장되니, 책을 읽는 즐거움이 깊어지네요.


작아 보이는 키 큰 기린 더크니의 모습은 시각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실제로는 크기가 변하지 않았는데 상황에 따라 전혀 달라 보이지요. “나는 지금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져주는 대목이었어요.


더크니가 깊은 구멍에 빠져버린 장면은 우스꽝스럽지만,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누구나 삶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깊은 구멍’ 같은 순간을 만나지요. 혼자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고, 주변의 도움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런 순간에 누군가가 포기하지 않고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되지요.


특히 저는 더크니가 구멍 속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그리고 또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가장 마음에 남았어요. 더크니가 불안하면서도 끝내 자그니를 믿음을 놓지 않는 모습은, 우정이란 결국 서로를 끝까지 믿고 기다려 주는 데 있다는 걸 보여 주었어요. 또 자그니가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려 애쓰는 모습은, 직접 당겨주거나 구해내는 힘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함께 버티며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우정이라는 걸 일깨워 주었지요. 두 기린의 모습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믿어주고, 다시 방법을 찾아 나서는 관계의 힘을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었어요.



<깊은 구멍에 빠졌어요>는 우리 삶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는 그림책이었어요. 빠져나오기 힘든 순간에도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 그리고 끝내 서로를 믿으며 기다려 주는 일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 주었지요. 때로는 기준이 바뀌면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는 깨달음도 전해 주었어요. 책장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물음을 남기게 되네요.


"나는 지금 내 곁 사람들에게 어떤 친구일까?"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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