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구름에 갇혔어요 올리 그림책 59
케스 그레이 지음, 크리스 제번스 그림, 이현아 옮김 / 올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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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키가 큰 기린 더크니와 작은 기린 자그니가 산책을 나서요. 그런데 낮게 깔린 구름에 더크니의 목이 걸려 앞을 전혀 볼 수 없게 되지요. 더크니가 곤란해하자 자그니가 길을 안내하며 함께 걸어가요. 두 친구는 커다란 나무도 피하고, 가시 많은 덤불도 지나가요. 게으름 피우는 사자 앞도 무사히 지나고, 아슬아슬한 외줄 다리까지 건너게 되지요. 자그니의 도움 덕분에 더크니는 무사히 길을 이어갈 수 있었지요. 그런데 모든 게 끝났다고 안심한 순간, 더크니에게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요. 과연 자그니는 이번에는 어떤 방법을 생각해 낼까요?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세로로 길쭉한 독특한 판형이었어요. 기린의 긴 목을 따라 시선이 자연스럽게 위로 끌려 올라가면서, 책 자체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했지요. 그런데 책장을 열어보니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페이지가 이리저리 펼쳐지고 접히며 이어지는 플랩 구성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숨겨진 장면을 발견하는 순간마다 책 읽기의 재미가 더해지고, 이야기에 참여하는 듯한 경험을 했어요. 그래서 이 책은 판형의 독특함에서 출발해, 플랩을 여는 즐거움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독서 경험을 안겨주었지요. 특히 세로로 긴 판형은 더크니가 구름에 갇힌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 주고, 플랩을 열며 만나는 장면들은 예상치 못한 답을 던져 주었지요.



제가 두 기린을 만났을 때, 기린이라고 무조건 키가 크거나 긴 목과 다리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두 기린의 모습은 서로의 다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좋았어요. 더크니는 크고 자그니는 작지만, 그 차이는 불편함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함께 걷는 길에서 서로를 더 의지하게 만들지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두 기린의 관계는 우리에게도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듯했어요.



두 기린의 여정은 모험담을 넘어, 우정과 관계의 의미를 깊이 떠올리게 했어요. 구름에 목이 걸려 앞을 보지 못하는 더크니의 모습은 엉뚱하지만 낯설지는 않았어요. 우리도 종종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걸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지요. 그 옆에서 묵묵히 길을 안내해 주는 자그니의 모습은 막막한 순간에 곁을 지켜 주는 존재가 주는 힘을 전해 주지요. 친구란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버티며 믿음을 나누는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자그니의 모습은 내 곁에 있는 누군가의 모습일 수도 있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는 기린의 모험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버텨내고 서로를 믿는 일이 우리 삶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책이었어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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