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팡 식빵 올리 그림책 58
백경희 지음 / 올리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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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날, 심심함을 달래려 거리로 나온 악어는 우연히 한 빵집을 발견하고 식빵 하나를 품에 안고 도망치기 시작해요. “거기 서! 식빵 도둑!”이라는 빵집 주인의 외침과 함께 두 인물의 추격전이 시작되지요. 수박 연못을 지나고, 옥수수 출렁다리를 건너고, 치즈 마을과 초코 마을, 양파 밭까지… 악어는 마을 곳곳을 누비며 도망쳐요. 악어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하지만, 빵집 주인은 악어를 잘 찾아내지요. 과연 악어는 어떻게 될까요?


신기하게도 악어가 안고 있던 식빵에도 마법 같은 변화가 일어나요. 수박 과즙이 스며들고, 옥수수 알갱이가 콕콕 박히고, 쫄깃한 치즈와 달콤한 초코, 향긋한 양파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맛있는 빵이 탄생하지요.(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정말 이런 빵이 있다면 맛보고 싶어지네요) 이를 맛본 빵집 주인은 그 빵에 ‘팡팡 식빵’이라는 이름을 붙여줘요. 그렇게 도망치기만 하던 악어는, 결국 아저씨와 함께 빵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게 되지요. 이제 악어는 더 이상 심심하지 않아요. 하루하루 진심을 다하고, 꿈도 생겼거든요.


“멈춰! 거긴 위험하다고!”

빵집 아저씨의 이 말은 악어가 다치지 않길 바라는 걱정이자, 유쾌한 추격극 속 따뜻한 마음이었지요.

추격전이라고 하기엔 긴장감보다는 웃음이 가득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었지요.


수박씨를 잔뜩 묻혀 점박이 악어로 변신하고, 치즈로 만든 긴 머리를 붙이기도 하고, 양파 껍질 옷을 입고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뀌기도 해요. 도망치면서 악어는 계속 새로운 모습으로 변장하지만, 그 모습마다 어딘가 어설퍼서 금방 들키고 마는 게 귀엽기도 하지요.


그림책 곳곳엔 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 요소들이 숨어 있어요. 수박 연못으로 향하기 전, 길가에 피어 있던 꽃이 알고 보니 수박이었다는 사실, 옥수수로 만들어진 악어 이빨, 마카롱 가방을 멘 토끼도 있었어요.

더 반가운 장면은 빵집에서 다시 만난 동물 친구들이에요. 악어가 지나왔던 마을마다 등장했던 동물들이 모두 팡팡 식빵을 사러 모여든 거였어요.


수박 배를 타고 연못을 건너는 장면, 고양이 귀가 달린 고양이 꽃집, 초코 시럽을 먹고 자라는 나무 등… 작가의 상상력이 팡팡 튀어나는 부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요.

그리고, 뒤표지의 수박 바코드도 꼭 확인해 보셔야 해요.


그저 배경인 줄 알았던 캐릭터와 장면 하나하나가 허투루 그려진 것이 없고, 마치 아이디어가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놀이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는 사람마다 다른 그림을 발견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유쾌한 그림책이에요.


‘우연의 힘’이 이렇게 빛날 수 있을까요? 빵을 훔쳐 도망치다가 이것저것 붙고 섞이며, 결국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했어요. 식빵에 하나둘 더해진 재료들은 어쩌면 내 삶의 하루하루였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하루를 얹고, 또 얹으며 좋아하는 걸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그 안에서 좋아하는 일을 발견한 악어의 모습은 우리 삶의 어느 순간과도 많이 닮아 있어요.

원하지 않았던 일일지라도, 부딪혀 보고, 경험하고, 때로는 실패하면서 결국 내가 좋아하게 되는 무언가를 만나게 되는 과정이었어요.


우연이어도 괜찮다고, 실수도 지나침도 모두 의미가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내가 좋아하게 되는 일은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날지도 모르니까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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