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돌아와, 내 머리카락! 책이 좋아 1단계
외르크 뮐레 지음, 김영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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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RHK(주니어랜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발 돌아와, 내 머리카락! / 외르크 뮐레 / 김영진 역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책이 좋아 1단계 / 2025.07.10 / 원제 : Als Papas Haare Ferien machten(2022년)


어느 날, 아빠의 머리카락이 스스로 머리에서 탈출했어요. 아빠는 머리카락을 되찾기 위해 식당, 빵집, 세탁소, 동물원 등 다양한 장소를 돌며 추격전을 벌이지요. 협박, 구슬림, 애원까지…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 머리카락은 잡히지 않고, 오히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엽서와 셀카를 보내오지요. 과연 아빠는 머리카락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처음엔 그저 웃기기만 했어요.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머리카락을 향한 아빠의 절박한 마음이 느껴지기 시작했지요. 수프에 둥둥 떠 있는 머리카락, 꽃집의 선인장, 수챗구멍을 따라 흘러가는 머리카락… 익숙한 일상 속 장면들이어서 더 실감 나고, 그래서 더 웃겼어요.


우리가 잘 아는 ‘토끼 시리즈’의 외르크 뮐레 작가님께서 이번엔 글이 중심이 되는 동화를 선보이셨어요. 그림책은 아니지만, 유쾌한 상상력과 아이 눈높이의 감정 묘사, 지루할 틈 없는 이야기 흐름은 그대로예요. 만화처럼 역동적인 구성이 돋보이고, 장면마다 살아 있는 디테일 덕분에 책장이 술술 넘어갔어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애타게 찾는 아빠의 모습은 어쩌면 조금 짠하기도 해요. 식당이며 세탁소며 빵집까지 쫓아다니는 그의 모습에 웃음이 터지면서도 이상하게 공감이 되더라고요.


결국 머리카락이 바다로 흘러가는 걸 본 아빠는 포기하고, 대머리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게 돼요. 반면 머리카락은 여전히 세계 곳곳을 누비며 셀카와 엽서를 보내는 당당함이라니요! 아빠의 뒷목을 제대로 잡게 만든 머리카락은, 폭풍우 몰아치던 어느 우울한 날 기적처럼 돌아오지요.


이 책은 아직 긴 글을 다 읽는 데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읽는 재미란 이런 거야!” 하고 알려주는 책이에요. 웃다가 끝났는데, 어느새 책 한 권을 다 읽었다니요. 이제 막 그림책에서 독립한 아이들이 ‘처음으로 혼자 읽는 책’에서 즐거움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유쾌한 이야기 속엔 작고 진지한 감정이 숨어 있어요. 도망친 머리카락을 붙잡으려는 아빠의 고군분투 속에서, 당황하고 절박해지는 한 사람의 솔직한 마음이 느껴졌어요. 마지막에 대머리인 자신을 받아들이는 장면에선 “머리카락이 없어도 괜찮아. 나는 나니까.”라고 말하는 듯했지요.


아빠의 애처로운 표정과 몸짓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했어요. 나에게도 도망치고 싶었던 무언가가 있었을까? 혹은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매달린 적이 있었을까? 골똘히 생각하다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고, 그 순간 깨달았어요. 무엇이든 억지로 쥐려 하기보다는, 기다려 주는 시간과 마음이 더 필요하다는 걸요. 인생이 뜻대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이 책은 교훈을 말하지 않아요. 대신 책장을 덮는 순간, 마음 한구석에 환한 웃음이 피어났어요.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 빵빵 터지는, 정말 귀하고 기발한 책을 만났네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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