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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사르르, 유령 아이스크림
칸나 지음, 한귀숙 옮김 / 다그림책(키다리) / 2025년 7월
평점 :
다그림책(키다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깜깜한 밤, 모두가 잠든 숲속. 그제야 문을 여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요.
가게 주인은 유령인데, 그가 만들어주는 아이스크림은 한입만 먹어도 속상한 마음을 사르르 녹여주지요.
하지만 손님이 찾아오지 않자 유령은 숲을 걷다 고민을 안고 있는 동물 친구들을 만나게 돼요.
친구들의 마음을 조용히 듣고, 유령은 그 감정에 꼭 맞는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었어요.
친구와 다툰 부엉이에게는 마음이 따끈따끈해지는 불송이 아이스크림,
잠을 설치는 코알라에게는 깊은 잠에 빠지게 해주는 뭉게구름 아이스크림을 건넸지요.
하지만 여전히 가게는 텅 비어 있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동물 친구들은 유령을 돕기 시작해요.
작은 따뜻함이 모여, 고민을 나누는 공간으로 가게는 동물들로 북적거려요.
차가운 여름 간식 아이스크림과, 오싹해야 할 유령이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다니.
무서움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걱정 마, 괜찮아"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차가움이 먼저 떠오르는 둘이지만, 겉모습과 달리 속은 전혀 달랐어요.
그 둘이 함께 만든 이 이야기는 생각보다 더 따뜻하게 다가왔어요.
유령은 손님의 고민을 조용히 듣고, 그 이야기를 한 스쿱의 아이스크림으로 건네지요.
웃기고 귀여운 이야기라기보다는, 누군가의 고민을 아이스크림처럼 살살 녹여주는 조용한 위로 같았어요.
톡 하고 기분을 터뜨려줄, 그러면서도 유령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다가오는 이야기였지요.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말을 꺼내는 순간, 오히려 후회와 민망함이 뒤따를 때도 있거든요.
하지만 <고민이 사르르, 유령 아이스크림>을 읽고 나니, 말해보는 일도 나쁘지만은 않구나 싶었어요.
듣는 이의 태도가 따뜻하다면, 말하는 이의 마음도 함께 녹아내리니까요.
아이스크림에 이름을 붙여주는 설정도 너무 귀여웠어요.
마치 감정에 네임텍을 붙이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저도 몇 개 만들어봤어요.
‘화가 펑펑 화풀이 슈팅콘, ‘마음 콕콕 키위젤라또’,
‘눈물이 뚝뚝 눈물초코볼’, 몽글몽글 토닥피스타치오' 같은 짧은 이름들부터,
‘속상한 일로 가슴이 얼얼한 날엔 푹신푹신 마시멜로 아이스크림’,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숨이 찰 땐 숨 고르기 바닐라’ 같은 것도요.
이렇게 감정을 맛으로 떠올리고, 이름을 붙이고,
천천히 떠먹듯 바라볼 수 있다면 고민의 무게도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이야기 속 유령처럼, 저도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네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