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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이사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58
허아성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7월
평점 :
길벗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할머니의 이사 / 허아성 / 길벗어린이 /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58 / 2025.07.10
그림책을 읽기 전
처음 표지를 봤을 때, 할머니와 손녀가 나누는 다정한 기운이 전해졌어요.
그런데 ‘이사’라는 단어가 마음이 쓰이네요. 정말 집을 옮기는 걸까?
어떤 이야기와 그림으로 <할머니의 이사>를 전해줄지 기대되네요.
그림책 읽기

나는 매일 할머니랑 같이 공부해요. 은비는 가나다, 할머니는 ABC.
나는 이제 이름도 쓸 수 있고 글자도 척척 읽는데, 할머니는 맨날 제자리걸음이에요.

“은비야 미안테이. 할매가 요즘에 기억을 조금씩 옮기고 있데이.”
“네? 어디로요? 멀리 이사 가세요?”
“이사 비슷한 건데. 걱정 마래이. 은비 기억은 꼭꼭 챙겨 간데이.”

“할머니, 내 이름은 은비예요. 잊어버리면 안 돼요!
쪽지에도 적어 놨어요. 이사 갈 때 꼭 챙겨 가세요.”
“아임 은비! 할머니는 그랜마!”
그림책을 읽고
은비는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늘 할머니 곁에 찰싹 붙어요.
ABC를 외우기 어려워하는 할머니에게 은비는 아주 믿음직한 선생님이지요.
“그랜마!” 하고 부르면 “그랜드도터!” 하고 대답하는 할머니, 둘 사이에 늘 웃음꽃이 피어요.
하지만 어느 날,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어요.
하루가 다르게 잊는 일이 많아지고, 은비는 그런 할머니가 안타깝고 속상해 타박을 하기도 해요.
그때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말해요. 요즘 기억을 조금씩 다른 데로 옮기고 있다고요.
“이사 비슷한 거다”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말엔 슬픈 사실이 담겨 있었지만,
은비는 할머니가 잊어버리는 이유가 정말 ‘이사’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은비는 할머니가 이사 가기 전에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쪽지에 적어 두기 시작해요.
기억이 흘러가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할머니가 그 기억들을 잘 챙겨 가실 수 있도록,
더 많은 쪽지를 쓰고, 더 많은 사랑을 담았지요.
그리고 단풍이 곱게 물든 날, 할머니는 진짜 이사를 마치셨어요. 하늘로요.
영정 사진 앞에는 은비가 정성껏 쓴 쪽지들이 놓여 있었어요.
할머니가 꼭 챙겨 가셨을 거라 믿고 싶은, 작고 따뜻한 사랑의 조각들.
<할머니의 이사>에서 ‘이사’는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말이었어요.
슬픈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은비의 시선으로 그려내어 다정하게 다가왔어요.
할머니의 기억을 지키기 위한 은비의 다짐과 행동은 이별을 고운 기억으로 바꿀 수 있게 해 주었지요.
이별은 아프지만, 다정한 말 한마디와 따뜻한 쪽지 한 장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은비가 보여주었어요.
기억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곁에 남겨 두고 있으면 조금은 덜 외로운 이사가 될지도 몰라요.
우리도 누군가의 기억 이사를 도울 수 있다면, 쪽지 한 장 정도는 정성껏 써 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사’라는 말이 보통은 슬픔과 이별을 떠올리게 하지만, 저에겐 조금 다른 의미였어요.
결혼 후 새로운 곳에서의 삶, 누군가와의 이별 후 새로운 방식으로 기억하는 법,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처럼 이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기도 했어요.
<할머니의 이사>를 통해, 누군가의 기억과 사랑을 품고 떠나는,
조금은 다정한 이별을 배웠어요.
- 허아성 작가님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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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어버린 기억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부디 사라진 기억들이 영영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단정히 옮겨져 있기를 바랍니다.
그 기억을 품고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 하아성 작가의 말
출판사 길벗어린이 SNS : https://www.instagram.com/gilbutkid_book/
- 허아성 작가님의 그림책 -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고 4년 동안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마음속에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자꾸자꾸 떠올랐어요. 재미난 글과 멋진 그림으로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회사도 그만두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아서 오래오래 공부하고 고민했답니다. - 출판사 작가 소개 내용 중
허아성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humasong/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