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웃자! 웃자! ㅣ 올리 그림책 56
카엘 튜더 지음, 다니엘 와이즈먼 그림, 엄혜숙 옮김 / 올리 / 2025년 6월
평점 :
올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웃자! 웃자! / 카엘 튜더 글 / 다니엘 와이즈먼 그림 / 엄혜숙 역 / 올리 / 올리 그림책 56 / 2025.06.25 / 원제 : The Laughing Book(2025년)
표지를 넘기자마자 아이들의 웃는 얼굴들이 가득해요. 앞면지에 펼쳐진 웃음은 놀랍도록 다채롭지요. 웃고 있는 건 분명한데, 그 웃음이 다 같지 않아요. 눈웃음, 활짝 벌린 입, 고개를 갸웃하며 웃는 표정, 웃긴 걸 참고 있는 표정까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한 얼굴들을 만났어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이들이 물어요. “나는 이런 일로 웃었어, 너는?”
아이들이 오가는 오픈 마켓, 동물원, 크리스마스 풍경, 실험실, 집 안과 집 앞 등 페이지마다 배경과 인물은 바뀌지만, 공통된 건 ‘웃는 얼굴’이에요. 단편처럼 이어지는 장면들 속에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나도 웃음의 감정에 빠져들어요. 때로는 낄낄, 때로는 머뭇, 어떤 장면에서는 푸핫 웃다가, 또 어떤 장면에서는 “왜 웃지?” 하며 멈칫하게도 되지요. 특히 실험실에서 괴상한 얼굴로 낄낄거리는 장면에서는 웃기면서도 살짝 당혹스럽기도 했어요.
그림책 속 아이들은 깔깔, 킬킬, 풉, 키득, 쿡쿡… 다양한 소리로 웃어요. 어릴 적 나의 웃음도 그랬을까요? 아무 이유 없이 웃고, 바람만 불어도 웃었던 시절이 떠오르네요. 이 책은 웃음을 다루지만 웃음만을 주는 그림책이 아니에요. “넌 언제 웃니?”라는 질문을 던지며 감정을 들여다보게 하지요.
그림책을 펼쳤을 뿐인데 피식 웃음이 났어요. <웃자! 웃자!>는 '웃음 안내서'라는 출판사의 설명처럼 정말로 웃자고 말을 거는 그림책 같아요.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가가 쭈글쭈글해져요. 이야기 속 아이들은 엉뚱하고도 귀여운 말과 행동으로 다양한 웃음을 보여주고, 어느새 저도 그 안에 들어가 함께 웃고 있어요. 웃음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웃고 이야기 나누게 되는 그림책이에요.
책을 읽고 난 뒤 알게 되었어요. 어른은 하루 평균 15번 웃고, 아이는 300번이나 웃는다고 해요. 처음엔 15번도 적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웃음을 많이 잃고 있구나 싶더군요. 왜 웃음을 잃게 되었을까요? 복잡한 감정, 사회적 거리, 책임, 체면 속에서 웃음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다시 책장을 넘기며 “웃을 일이 많지 않더라도 그냥 웃어 봐요. 이유 없어도 괜찮아요.”라는 위로를 건네받았어요.
사회 초년 시절, 일하다가 모르는 것을 질문받았을 때 얼떨결에 웃어버린 적이 있어요. 상대는 화를 냈고, 저는 당황했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 사람 입장에서는 황당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일을 계기로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용기라는 걸 배웠어요. <웃자! 웃자!>는 그런 웃음 뒤에 숨으려 했던, 복잡했던 한순간의 감정을 떠올리게 해요. 이제는 웃으며 돌아볼 수 있지만, 여전히 조금은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이 그림책은 재미있는 책만은 아니었어요. 웃음을 보게 하고, 떠올리게 하고, 결국은 나도 웃게 만드는 그림책이었지요. 실수했던 경험, 어색했던 미소, 당황했던 순간까지도 품어 주고, 마침내 내 안의 웃음을 꺼내게 했어요. 책장을 덮고 나면 어쩐지 내 얼굴 표정이 달라져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의 웃음을 완성시키는 건 다니엘 와이즈먼의 그림이에요. 표지의 노란 바탕색 위에 펼쳐진, 웃고 싶게 만드는 얼굴 하나만으로도 그림의 힘이 느껴지더군요. 그의 색채 감각은 단연 돋보여요. 밝고 선명한 컬러 팔레트는 웃음을 주제로 한 이 책과 어우러지며, 페이지마다 에너지와 리듬감을 불어넣지요. 캐릭터마다 미세하게 다른 눈꼬리와 입모양, 몸짓은 각각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요. 그래서 웃는 얼굴 하나하나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와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