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라서 잘 사는 토끼 올리 그림책 55
송미순 지음, 간장 그림 / 올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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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첫째 토끼는 달에서 ‘달떡집’ 사장이 되었고, 호랑이에게서 선비를 구한 둘째는 심판다운 기질로 판사가 되었어요. 셋째는 세 번이나 호랑이에게서 살아 돌아온 위기 탈출의 달인답게 ‘자라 게임’을 만들고 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감독이 되었지요. 넷째는 용궁에 끌려갔다가 도망친 뒤 여전히 겁은 많지만 새로운 길을 찾았고, 다섯째는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진 후 완전히 달라진 삶을 살고 있어요. 막내는 앨리스를 만났고, 좋아하는 일을 위해 유학까지 다녀왔어요.


와, 이건 정말 신선한 설정이에요. 옛이야기 속 주인공 토끼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흥미롭지만, 송미순 작가님의 기발한 상상이 더해지면서 전혀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펼쳐졌어요.

달에서 떡방아를 찧던 토끼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한 토끼까지, 모두 익살스럽고 발랄한 매력을 지닌 채 지금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인물로 재해석되었어요.


토끼들마다 고유한 개성이 살아 있고,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매력 있지만 저는 특히 다섯째 토끼 이야기가 가장 공감이 가네요.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진 뒤, 부모도 알지 못한 속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은 놀랍기도 했고, 다 큰 아이를 놓아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어요. 귀여운 막내라고만 생각했던 토끼도, 자신의 길을 찾아 유학을 떠나고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자기 삶을 주도하는 존재’로 완전히 새롭게 보이네요.


이렇게 저마다 다른 성격과 재능을 가진 여섯 마리 토끼는, 익숙한 전래동화 속 캐릭터를 넘어 지금을 살아가고 있어요. 이야기를 모르는 독자라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 원작 이야기의 간단한 소개가 곁들여져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갈 수 있거든요.


<잘 자라서 잘 사는 토끼>의 진짜 매력은 ‘성장’에 대한 시선이에요.

아이에게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고 묻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이지요.

하지만 이 책은 꿈을 묻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해 줘요.

무엇을 잘하는지 보다, 어떤 성향을 지녔는지부터 살펴보게 하지요.

여섯 토끼처럼 아이들도 모두 다르다는 사실과 다름은 저마다의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지요.

“누구처럼 자라야 한다"라고 말하지 않고,

“다른 건 틀린 게 아니야. 다름은 너만의 가능성이 될 수 있어.”라고 말하지요.


성장 이야기에 더해진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엄마 토끼의 이야기도 담겨 있어요.

무럭무럭 자란 당근을 바라보다가 자식들을 떠올리는 엄마, 하나하나 전화를 걸며 안부를 묻는 모습에서 사랑이 느껴졌어요. 전화를 받은 토끼도, 바빠서 못 받은 토끼도 있었지만 결국 모두 엄마의 품으로 모였지요.

그걸 알고 있는 여섯 토끼들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사랑의 공간인 엄마에게로 모였어요.

누군가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한 힘이 되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장면이었어요.

간장 작가님은 엄마 토끼의 표정과 집 안 소품들에 글만큼이나 따뜻한 감정을 담아냈어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잘자라서잘사는토끼 #올리출판사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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