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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가 내리면 - 제1회 한국그림책출판협회 2024 공모전 당선작 ㅣ 달리 창작그림책 20
이지선 지음 / 달리 / 2025년 5월
평점 :
달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꽃비가 내리면 - 제1회 한국그림책출판협회 2024 공모전 당선작 / 이지선 / 달리 / 달리 창작그림책 20 / 2025.05.19
그림책을 읽기 전
맑고 청량한 느낌이 가득한 표지를 보고 읽고 싶었지요.
한국그림책출판협회의 첫 번째 공모전 당선작이라 더 궁금했고요.
어떤 이야기와 그림을 보여줄지 두근두근...
그림책 읽기

방학이면 나는 아주 멀리 가요.
꽃비가 내리는 그곳으로요.

기차를 타고 한숨 잠에 들었다가 깨기를 다섯 번쯤 하고 나면 도착해요.
"오메, 우리 아가."

할머니와의 시간은 언제나 화살같이 지나가요.
"오메, 우리 아가. 또 놀러 오너라."
그림책을 읽고
방학마다 기차를 타고 달려갔던 할머니 댁.
엄마의 무릎을 베고 졸다 깨기를 반복하던 긴 여정의 끝에는, 포근한 미소로 맞아주시던 할머니가 계셨지요.
하얗던 손톱이 꽃잎으로 물들던 일, 조막만 한 손으로 캔 쑥, 쑥으로 만든 포슬포슬한 떡,
자전거를 타고 잠자리 떼 사이를 가르던 저녁, 쏟아지던 별빛 아래 아쉬운 이별까지…
저는 유년 시절을 할머니와 함께 보냈지만 따스함보다는 엄마에게 '시어머니'였던 기억으로 남아 있지요.
외할머니는 도시의 할머니, 마른 체구에 하얀 피부, 꼿꼿한 허리와 까칠한 목소리의 분이셨어요.
엄마를 힘들게 한다는 이유로 우리 세 자매에게도 잔소리가 많으셨지만,
매번 처음 보는 과자와 인형, 옷가지, 그리고 돌아가실 때 손에 꼭 쥐어주신 큰돈들은 특별한 선물이었지요.
외할머니보다도 외삼촌과 숙모, 이모와 이모부의 따뜻한 환대가 제겐 외갓집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런데, ‘할머니’라는 이미지를 다시 그리게 된 건 친정엄마 덕분이었어요.
손주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만을 주는 그 모습에서 진짜 '외할머니'의 따뜻함을 보게 되었지요.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조카들은 여전히 외할머니를 자주 찾아요.
특히 아이들의 어릴 적 모습이 담긴 친정집 대문은 참 인상 깊어요.
처음엔 무심히 넘겼던 그 사진들이 어느새 대문 안쪽을 가득 채웠고,
십 년이 지나며 따뜻해지더니, 이십 년이 흐른 지금은 하나하나가 소중한 추억이 되었지요.
시골 생활은 못해봤지만, 봉숭아 물들이기, 운동장에서 자전거 타기 등
그림책 속 풍경들이 아이들의 어린 시절과 교차되며 추억을 불러왔어요.
특히 쑥으로 만든 떡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외할머니표 간식이었지요.
아이들이 종종 외할머니를 찾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말하지 않았던 그 마음.
이 그림책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어요.
그건 누군가에게 한없이 사랑받고 싶은 날, 외할머니를 떠올리는 것이었지요.
참 부럽지요. 그런 사랑을 주는 외할머니가 있고, 그 사랑을 마음에 간직한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요.
<꽃비가 내리면>을 읽으며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조용히 불려 나오는 듯했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추억은 지금을 견디게 하는 힘이다.''라고 건네는 메시지였어요.
엄마가 자주 하시던 말, “잘했어. 네가 해낸 거야.”라는 한마디가 떠오르더군요.
그 말이 얼마나 오래 마음을 지탱해 주는지요.
존재만으로도 누군가의 자랑이었던 그 시절,
무조건적인 사랑 속에서 자라난 기억들이 지금의 저에게 자신감과 긍정의 뿌리가 되어주고 있었어요.
봄날의 꽃비처럼 조용하고 따뜻하게, 그러면서도 깊은 감정을 담아낸 그림이 인상 깊은 책이에요.
그림 속 배경은 연둣빛이 감도는 초록으로 가득 차 있지요.
생명과 순환, 기억의 색인 초록 안에 자연처럼 머물러 있는 따뜻한 할머니의 존재가 담겨 있어요.
초록빛 자연과 할머니는 따뜻한 감정으로 이어지며 그림책을 읽는 이에게 위로와 쉼을 선사하지요.
수채화의 번짐은 흐릿한 기억과 닮아 있고, 초록은 기억의 온도처럼 느껴졌어요.
아이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말, 손길, 함께한 풍경에서 눈으로 감정을 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모든 장면이 강렬하거나 과장되지 않아서, 점점 흐려져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기억처럼 느껴졌지요.
🌸 이지선 작가 인터뷰 🌸

<꽃비가 내리면>의 저자 이지선 작가님의 인터뷰 전문은 달리 블로그를 통해 보실 수 있어요.
원화부터 작가님의 작업 공간, 더 많은 인터뷰 내용도 있거든요.
인터뷰 사진 몇 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네요.
출판사 달리 블로그 : hhttps://blog.naver.com/dahli01/223864259707
🌸 이지선 작가님 SNS 🌸

자연과 가까이 지낸 유년 시절의 기억들은 마음 깊은 곳에 심겨 있다가 형형색색의 새로운 이야기와 상상들로 피어납니다. 그렇게 피어난 이야기를 열심히 쓰다듬어 만든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출판사 달리 작가 소개 내용 중
이지선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sol_jisun_drawing/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