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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나무 ㅣ I LOVE 그림책
발린트 자코 지음 / 보물창고 / 2025년 4월
평점 :
보물창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토끼와 나무 / 발린트 자코 / 보물창고 / I LOVE 그림책 / 2025.04.30 / 원제 : Bunny & Tree(2023년)
그림책을 읽기 전
그림책을 만나기 전 표지의 하늘에 반했어요.
그림책을 만난 후에는 글자 없는 그림책, 두께감에 놀랐어요.
어떤 그림과 이야기를 들려줄지 진짜 기대되네요.
그림책 읽기

프롤로그 / 1장 / 2장 / ... / 9장 / 에필로그
바람에 날려 온 풀씨에서부터 이야기의 싹을 틔운다.

풀씨가 땅에 뿌리를 내려 새싹을 틔우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온전히 보내고 자란다.
어딘가로 쫓기는 토끼와 불을 뿜듯 새빨간 혀를 내두르며 토끼를 쫓는 늑대.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묵묵히 내려다보고 서 있는 나무. 이들은 과연 어떤 관계로 발전하게 될까?
그림책을 읽고
184페이지. 처음엔 ‘과연 끝까지 볼 수 있을까?’ 싶었지요.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눈과 마음이 푹 빠져들고 말았어요. 바람에 날려온 씨앗에서 시작된 이야기, 그 작은 시작이 거대한 여정이 되기까지, 단 한 줄의 글 없이 모든 감정을 전달해낸 작가의 솜씨에 감탄했지요.
바람에 날려 온 풀씨에서 싹을 틔우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자라는 나무. 그렇게 프롤로그가 끝난 뒤, 불을 뿜듯 새빨간 혀를 내두르며 토끼를 쫓는 늑대가 등장하지요. 이 모든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던 나무는, 늑대에게 위협받는 토끼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지요. 그렇게 토끼와 나무는 처음 만나게 되었고, 우정이 싹트기 시작하지요. 토끼는 친구들을 찾아 나서야 하니 나무에게 함께하자며 뿌리를 뽑아 세상을 볼 때가 되었다고 설득하지요. 그들의 여행은 독자에게 나무가 벗어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처음부터 무너뜨렸고, 이야기는 완전히 새롭게 흘러가지요. 각 장마다 토끼와 나무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며 둘의 관계에 균형을 유지하고, 함께 세상을 여행하며 다양한 장소와 경험을 하게 되지요. 그렇게 두 존재 사이의 신뢰와 유대감은 더욱 깊어지지요.
그 여정 속 풍경 또한 아름답지요. 나무와 토끼가 지나치는 들판, 기찻길, 바다, 하늘, 눈 덮인 산은 다채로운 색이 입혀지면서 한 장 한 장이 아름답고,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가 생생하게 다가오지요. 특히 제가 반했던 장면은 2장의 마지막이었어요. 우정을 시작하자 했던 토끼가 떠나버린 순간, 혼자 남은 나무는 아주 작게, 광활한 대지 한가운데 덩그러니 그려져 있어요. 그전까지 화면을 가득 채웠던 나무의 존재감이 사라진 듯 작아진 그 장면은 공허함과 허무함을 그대로 전달해 주었지요. 그 장면 하나만으로 나무의 감정이 생생히 느껴졌고, 2장이 끝나버리는 구성도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이 184페이지가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지요.
이 그림책은 제본 방식부터 특별하지요. 페이지 사이 실이 드러나는 사철 제본 형식으로 제작되어, 본문을 180도로 펼칠 수 있어요. 덕분에 장면의 감동이 흐트러지지 않고 독자에게 온전히 전달되지요. 제작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임에도 이렇게 완성도를 높여 준 것이 느껴져요. 그 위에 얹힌 빛나는 파스텔톤과 정교한 색감의 변화는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지요.
작은 디테일들도 놓칠 수 없어요. 항상 초록이 가득할 것만 같던 나무가 빨간 잎사귀 하나로 변화의 시작을 알리고, 늑대는 왜 하필 저 토끼를 쫓았을까 하는 궁금증은 색이 다른 토끼, 그리고 희생을 택한 토끼라는 암시로 이어지지요. 마지막에 친구들이 토끼를 반기는 장면에서 모든 퍼즐이 맞춰지며 뭉클해졌어요. 이런 세세한 연결 덕분에 이야기는 쫀득쫀득한 맛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글이 없어서 더 풍부한 상상을 가능하게 해요. 각자 다른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고, 어떤 감정선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수십 가지의 해석이 가능하지요.
<토끼와 나무>는 <아낌없니 주는 나무>를 떠오르게 하면서도, 그와는 다르게 균형 잡힌 관계를 그리며,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보여주고 있어요. 어쩌면 그것이 오늘 우리가 바라는 진짜 관계의 모습이 아닐까요?
- <토끼와 나무> 완성 과정 이야기 -

작가님의 아내가 찍은 사진은 그림책 속 나무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라고 해요.
아이와 아내가 함께 완성한 <토끼와 나무>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토끼의 붉은 눈, 초기 스케치, B컷의 장면까지 <토끼와 나무>의 완성 과정의 다양한 이야기 있어요.
발린트 자코 (Balint Zsako)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balintzsako/
- 발린트 자코 (Balint Zsako) 작가님 SNS -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직물 예술가인 어머니와 조각가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그가 열 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했다.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했지만 지난 20년 동안 주로 회화와 콜라주를 전시했다. 사라 폴리 감독의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원제: Take This Waltz)에 그의 그림이 등장하며, <더 뉴요커> <하퍼스 바자> <뉴욕타임스 매거진> 등 미국의 대표적인 잡지들에 일러스트를 그렸다. 첫 그림책 <토끼와 나무>는 다양한 매체에서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며, 가장 유망하고도 강렬한 데뷔작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각인되었다. 현재 가족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살며 일하고 있다. - 출판사 작가 소개 내용 중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