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케첩 스파게티
라이너 하흐펠트 지음, 한수진 그림, 배명자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4월
평점 :

케첩 스파게티 / 라이너 하흐펠트 / 한수진 그림 / 배명자 역 / 서교책방 / 2025.04.30 / 원제 : Spaghetti mit Ketchup(1980년)
책을 읽기 전
그림책이 아니라 잠깐 고민을 했지요.
어린이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의 원작이라는 이야기에 망설임을 사라졌어요.
벌써 십여 년이 넘는 시간인데... 아직도 그 노래가 기억나네요.
책 읽기

"심각한 건 아니야."
"곧 스파게티가 완성될 거고, 그러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야."

"뭐야? 지금 돈이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나중에 꼭 드릴게요.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래요."

"살짝 식혀야 해. 체 어디 있어? 내가 해줄게."
"그냥 앉아 있어! 이건 우리 스파게티야. 우리가 할 거야."
그림책을 읽고
아빠가 출장을 간 사이, 엄마는 갑작스럽게 배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게 되지요.
급히 이모가 아이들을 돌봐주기로 했지만, 이모마저 오지 못 오게 되자
디터와 악셀 형제는 옆집 할머니에게 가는 대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둘이서 집에 남기로 해요.
그날 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늦게까지 TV를 보다 결국 학교에 지각하고 말아요.
돌아온 집에서 배고픔에 허덕이다가 집 안을 뒤져 사과, 소고기 캔, 스파게티, 케첩을 찾아냈지만,
“아무것도 손대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 망설지지요.
배가 고파 쓰러질 것 같지만, 아이들은 어떻게든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헤쳐 나가야 해요.
아이들이 다칠까 봐, 혹은 집을 엉망으로 만들까 봐 아무것도 못 하게 통제했던 엄마의 마음은 저 역시 아들 둘을 둔 엄마로서 충분히 이해돼요.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디터와 악셀은 처음으로 진짜 ‘성장’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지요. 부모의 간섭이 없으면 뭐든지 자유로울 줄 알았던 아이들은 배고픔, 어질러진 집, 지각 등 현실의 무게를 체감하게 되지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악셀이 열판에 손을 데었을 때, 디터가 동생에게 응급처치를 해주고, “스파게티가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장면이었어요. 디터는 동생을 보살필 줄 아는, 어른들보다 훨씬 강한 마음을 가진 아이였던 거죠.
아이들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했고, 어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버텼던 것 같아요. 아이들은 결국, 믿고 기다려주는 만큼 성장하는 존재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어요.
<케첩 스파게티>는 부모인 저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건네었어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통제보다는 지지, 신뢰, 기다림이 필요한 '성찰의 시간'이라는 것을요.
그 위대한 일을 해내고 있는 모든 엄마와 아빠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냅니다.
<케첩 스파게티>는 십여 년 전 아이들과 대학로에서 본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의 원작이기도 해요. 아이들과 저녁을 먹으며 이 이야기를 나누자, 그때 들었던 “아이들도 뭐든지 잘할 수 있어, 그치?”라는 노래를 기억해 냈고, “우린 똑똑하니까!”를 외치며 함께 웃었네요.
책장을 덮었지만, 십여 년 전 그날과 오늘의 저녁 식탁의 웃음은 오래도록 제 마음속에 남을 것 같아요.
- 출판사 서교책방의 책들 -

한 사람을 위한
그리고 모든 사람을 위한,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
- 서교책방 SNS
<모니카와 케이디> : https://blog.naver.com/shj0033/223609190836
- <케첩 스파게티>의 어린이 뮤지컬 -

어린이 뮤지컬의 포스터 '고추장 떡볶이'와 독일의 그립스 극단의 'Spaghetti mit Ketchup' 포스터 / 원작 표지들
무대 디자인, 만화영화, 미술을 공부한 디자이너이자 극작가이다. 독일의 여러 극단에서 디자이너로 일했고,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어린이 창작동화를 쓰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라이히스카바레트(Reichskabarett)’의 어린이 극장과 이곳 소속의 ‘그립스 극단’에서 공연되었다. 그중 '케첩 스파게티(Spaghetti mit Ketchup)'는 김민기 학전 대표가 어린이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로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번안해 무대에 올렸고 15년 동안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서교책방의 작가 소개 내용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