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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세요?
김현례 지음 / 바우솔 / 2025년 4월
평점 :
바우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가 지하철 안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어디 가세요?” 하고 묻자 사람들은 대답을 하고 있어요.
누군가는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폰을 보고 있고, 누군가는 지친 듯 눈을 감고 있지만,
비행기를 만들러, 친구를 만나러, 마술을 부리러, 색칠하러...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고 있지요.
<어디 가세요?>는 지하철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이야기는 시작되지요.
앞장에서는 우리가 흔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첫인상이 담겨 있고,
뒷장에서는 그들이 품고 있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독특한 형식이 반복되네요.
그림책에는 노인, 아이, 휠체어를 탄 사람, 등 아주 다양한 인물들이 있지요.
처음엔 무표정하고 지친 듯 보였고, 지하철의 배경조차 어둡고 날카롭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다음 장을 넘기며 그들의 삶을 마주하자, 그 첫인상이 전혀 다르게 다가오더군요.
책장을 넘길수록 제 안에 있던 고정관념이 하나씩 드러났어요.
‘이 사람은 이럴 것이다’라는 단정히 얼마나 위험한 판단이었는지 깨달았어요.
나이가 들수록 ‘나는 사람을 잘 본다’는 착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인간은 누구나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고, 단지 겉모습만으로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 주었습니다.
알록달록 고깔모자를 쓴 아이가 동생을 데리러 가는 길이었어요.
고깔모자를 쓰고 손에 쥐고 있던 공의 이유까지 재회 장면을 통해 설명이 되더라고요.
이 장면으로 혼자 사는 삶이 아니라 우린 ‘함께’라는 의미까지 이어지게 되네요.
누군가에게 건네는 짧은 말 한마디가 이어지면서 큰 울림이 되었네요.
평범한 인사도, 진심을 담고 있다면 마음을 열게 하는 따스한 열쇠가 된다는 것을요.
우리는 종종 말없이 스쳐 지나가지만, 진심이 담긴 한 마디에 닫혀있는 마음을 두드리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있어요.
놀랍네요. 텍스트가 거의 없고, 반복되는 인사말 같은 질문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와 생각을 끌어낼 줄은 몰랐어요.
우리가 얼마나 쉽게 타인을 오해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조용히 숨겨져 있는지를 말이죠.
누군가 저에게 "어디 가세요?" 하고 묻는다면,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마음으로 대답할 수 있을까요?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이 조용히 흔들리고, 무심한 일상에 온기가 퍼져가네요.
바라보는 시선을, 판단이 아닌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바꾸어 주는 그림책 <어디 가세요?>를 조심스레 권해드려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