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들판 도토리숲 시그림책 5
이상교 지음, 지경애 그림 / 도토리숲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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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숲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겨울 들판이

텅 비었다.


들판이 쉬는 중이다.

풀들도 쉰다.

나무들도 쉬는 중이다.


햇볕도 느릿느릿 내려와 쉬는 중이다.

_ <겨울 들판> 전문



'텅 비었다'라는 텍스트였을까요? 아니면 그림이 건네는 걸까요?

가득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라서 여유가 느껴지고 있어요.

또, 아무것도 없지만 이 공간에서 느껴지는 꽉 찬 기운이 느껴지네요.

아니요. 어떤 날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너무 쓸쓸하기도 해요.

그날에 감정에 따라 같은 그림책도 달라 보이네요.

하물며 세상 일이 어떻게 매일매일 같을 수 있을까 싶네요.


오늘 아침 부서장님이 단체 카톡에 남긴 재촉의 문장에 혼자서 마음이 급해지고,

출근 전인데도 혼자 애달프고, 쓸데없는 상상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기다리자.'

생각을 멈추고 다른 일을 하고 나니 별일도 아니고 이미 지나간 업무에 대한 것이었지요.

무슨 일이 생기면 즉각적인 반응을 하는 저인지라 수많은 생각들이 쏟아지더라고요.

남들보다 더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반응을 하고,

뭔가 일이 잘못되면 제가 한 것 같다고 말하는 저의 성격인지라...

가끔 억울함도 있지만 모르는 것도 맞는 것 같으니 부족함은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지요.

무슨 일이든, 생각이든 조금만 여유 있게 두어도 좋을 텐데 쉽지 않아요.

<겨울 들판>을 읽다가 '여유'라는 단어에 오늘 일이 제 삶의 한 부분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네요.


내가 바쁘다고 손짓을 한 듯. 시간이 빨리 흘러가지 않아요.

내가 애원해도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지 않아요.

그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흘러가고 있지요.

그러니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생활을 해 봐야겠어요.



<겨울 들판>을 읽으면서 어쩌면 쉼과 편안함은 노동을 하고서야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느꼈어요.

초록으로 가득하고 열 일을 했던 분주함의 봄, 여름, 가을을 뒤로 한 채 쉼과 편안함 누릴 수 있는 거죠.

이 쉼과 편안함은 다음의 봄, 여름, 가을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지요.

한겨울의 들판은 차갑고, 처량하고, 공허함이 느껴지지요.

들판에서 일을 하던 이들도 찾아오는 일이 없지요. 그래서 더욱 그 쉼이 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겨울 들판으로 쏟아지는 햇빛, 눈빛, 달빛, 별빛은 들판을 위한 찬사이기도 위로이기도 할 것 같아요.

저의 하루도 이렇게 찬사와 위로로 끝이나요.

하루의 모든 일과를 끝나고 보드라운 이불의 침대에 눕는 순간에 받는 칭찬과 따스함이었어요.

이 순간을 위해 오늘 하루를 잘 살아온 거였다는 것을 <겨울 들판>을 읽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매일매일 더 행복한 잠자리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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