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어 풀빛 그림 아이
알리체 로르바케르 지음, 리다 치루포 그림, 이승수 옮김 / 풀빛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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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기 전


오랜만에 만난 출판사 풀빛의 그림책이네요.

제목, 표지의 그림만으로도 궁금증이 커져가네요.

길을 잃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 듣고 싶어요.





그림책 읽기




길이 있었어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서툰 길이었어요.




"우리한테 너무하잖아."

자기는 갈 곳을 몰라 방황하는 길일 뿐이지만

개미 떼는 수가 많고 갈 길이 정해져 있으니 비켜 줘야겠다고요.




길은 이제 지쳤어요.

차들을 모조리 떨쳐 내기로 마음먹었지요.

그렇게 나쁜 길이 되었고, 더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림책을 읽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서툰 길이 있었어요.

우물쭈물하던 길은 아무렇게나 구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큰 나무에 부딪혀 잔소리를 듣고 아무 말 없이 멈춰 섰어요.

그리고 몸을 구부려 숲을 빙 돌아갔어요.

줄지어 가는 개미 떼, 수레를 끌던 사람, 수많은 차들까지

길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의 길을 요구했어요.

길은 이제 지쳤어요.

차들을 모조리 떨쳐 내기로 마음먹었지요.

마침내 길은 혼자 남았어요. 텅 비었지요.

"길아, 작은 길아. 나는 길을 잃었어. 너는 어디로 가고 있니?"



길이 길을 잃다니.....

남의 이야기에 휘둘리는 길의 모습에 제 삶 지난 모습들이 보였어요.

길을 따라가던 어느 순간 제가 길이 되어 다양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네요.

길이 자신이 정했던 방향으로 나아가려다 나무에 부딪치며 겁먹고 돌아가고,

개미 떼를 만나 그들에 비해 갈 곳을 몰라 방황하는 자신을 비교하게 되고,

길이 좁다고 투덜대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습을 바꾸며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며

길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제 이야기 같아요.

늦은 나이에 재취업을 한 제가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걱정하고 조바심이 났던 시간들이 있었지요.

그 시절 사수가 아닌 지나가는 선배의 한 마디, 한 마디도 중요했고,

제 판단보다는 경험자의 조언은 맞다고 생각해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휘둘렸어요.

몇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저만의 방식이 생겨났지요.



<길을 잃었어>는 나를 변화시키는 두 부류의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개미 떼, 수많은 차, 투덜대는 사람처럼 아픈 자극을 주는 사람들과

묵묵히 옆에서 응원하고 사랑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요.

처음에는 자신감이 없었기도 하고, 자신의 역량을 다 했다는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지만

아프게 느껴지는 조언과 충고로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의 방향이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아픈 자극이 필요한 시기도 있지만 투덜거리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이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는 길이 좁다고 투덜대는 사람으로 길이 달라지는 에피소드 부분이 나쁘지만은 않아요.

아픈 자극을 주는 사람들과 다른 모습을 가진 인물은 '여우'이지요.

여우는 길과 함께 많은 장면에 등장하고 있지만 여우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서 궁금했지요.

그런데 마지막 문장에 '우리'라며 여우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여우는 길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누군가이겠지요.



<길을 잃었어>에서 마음에 담고 싶은 장면이 있어요.

길이 타인의 요구에 휘둘리던 중 오르막에서 작은 오솔길이 되었을 때,

좁고 울퉁불퉁했지만 신부의 면사포 자락처럼 정말 아름다웠다고 스스로를 표현하지요.

쭉 뻗은 큰 길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힘든 길을 올라 정상으로 왔을 때의

그 성취감과 행복은 외모가 아닌 내면이 채워졌기 때문이겠지요.

타인의 시선이 아닌 길 스스로 자신을 표현한 부분이라 더 마음에 와닿아요.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곧은 길만 길이 아니잖아요. 구부러진 좁은 길도 길이잖아요.

외모가 달라져 다양한 모습이라 해도 길은 한결같이 길이지요.

<길을 잃었어>를 덮는 순간 느껴지는 따뜻하고도 깊은 위로에 힘이 생기네요.



아~ 길이라고 길을 처음부터 알지 못하는구나.

그리고 누구나 처음은 있는 거였구나.

잘 했어! 지금까지 잘 살아왔어.

괜찮아! 잘 살고 있어.



- 알리체 로르바케르 작가님의 그림책 -




이탈리아의 여성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님이시지요.

두 번째 영화 작품인 <더 원더스>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어요.

<헛간 올빼미 지아니 / 지양어린이>도 작가님의 작품이지요.

첫 번째 그림책인 <길을 잃었어>가 2022년 출간되었고, <헛간 올빼미 지아니>는 2024년 출간되었어요.

한글 번역에서 작가님의 이름 'Alice Rohrwacher'이 온라인 서점에서

알리체 로르바케르와 알리체 로르와커로 번역되어 있어서 두 권이 함께 검색되지 않네요.


봉준호 감독이 극찬한 이탈리아 젊은 거장,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알리체 로르바케르 작가님이 보내는 따뜻한 위로!

출판사 풀빛 SNS :https://www.instagram.com/pulbitkids/




- 리다 치루포 그림 작가님 -




리다 치루포 작가님은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근처 움브리아 시골에 살고 있고,

집 주변의 털가시나무와 올리브 나무 사이에서 삽화 작업을 하고 계신데요.

여러 잡지, 많은 그림책에 작업을 하셨어요.

그녀의 홈페이지나 SNS에 작업 기록이 남아 있어요.

그림에서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이 있어서 함께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리다 치루포 그림 작가님 SNS :https://www.instagram.com/lidaziruffo/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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