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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 ㅣ 핑거그림책 11
조미자 지음 / 핑거 / 2024년 5월
평점 :
크랙 / 조미자 / 핑거 / 핑거그림책 11 / 그림책
그림책을 읽기 전
아주 오랜만에 만난 출판사 핑거의 핑거그림책이네요.
표지의 배경이 전하는 어둠과 주인공의 밝음은 어떤 이야기를 건네줄지 기대되네요.
'크랙'은 균열이 생긴 의미도 있지만 다른 뜻도 있어요.
그림책을 통해 그 의미들까지 천천히 음미해 볼까요?
그림책을 읽고
크랙의 단어는 바위 표면에 벌어진 틈새, 고무가 갈라지는 현상, 코카인에 백색의 결정체,
복사방지나 등록 기술 등이 적용된 상용 소프트웨어의 비밀을 풀어서 불법으로 복제하거나 파괴하는 것,
매우 뛰어난 기량을 지닌 축구 선수로 가리키는 용어까지 아주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어요.
그림책 <크랙>은 균열, 금이 가다, 갈라지다. 그리고 시작하다의 의미도 담겨있다고 해요.
영화 <거인>, 드라마 <나의 아저씨> 그리고 <데미안>까지
작가님이 <크랙>을 작업하는 동안 많은 영감을 주었던 작품들이라고 해요.
제가 <데미안>은 알고,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짧은 영상을 우연히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거든요.
그 슬픔에 너무 빠질까 봐 아직도 정주행을 못하고 있는 드라마이지요.
마지막으로 영화 <거인>을 잘 몰라서 검색했는데 2014년 개봉했던 최우식 주연의 작품이네요.
열일곱 나이에 보호시설에 생활 중인데 이젠 나가야 할 나이가 되고,
위선과 배신, 착한 탈을 쓰고 하루를 버티며 눈칫밥을 먹기 바쁜 어느 날.
무능한 아버지는 영재에게 동생마저 떠맡기려 하지요.
영화 전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스치는 짧은 영상들의 기억과 검색하면서
“…무능한 아버지를 죽여주시고, 못난 어머니를 벌해주시고, 이런 나를 품어주세요”의 대사와
'사는 게 숨이 차요'라는 포스터의 문장들이 얼마나 삶이 버거운지 느껴지더라고요.
이렇게 단어의 뜻도 찾고, 작가님이 언급한 자료를 찾은 후 그림책 <크랙>을 다시 들여다보니
작가님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들이 하나하나 다가오는 것 같아요.
끝이 없고, 거칠게 갈라진 거대한 협곡은 출구가 없는 것 같지요.
협곡을 휘도는 날카로운 바람, 절벽 틈 사이의 어둠 사이 아이는 쉴 곳이 없어요.
떠밀리고 떠밀리니 어디에도 몸 한켠, 마음 한구석 둘 곳이 없지요.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서 밤은 찾아오고 동굴 속에 틈에서 하늘을 보며 잠이 들지요.
꿈속에서 협곡 사이로 땅이 터져 나와 자라나고 있는 힘을 느꼈지요.
많은 밤, 많은 낮을 보내며 빛나는 별 하나를 기다리며
다시 소중하고도 소중한 자신의 삶을 시작하는 아이를 발견했어요.
뒤표지의 그림을 보며 떠오르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있었어요.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끝없는 결정들 앞에 웅크린 아이의 모습이 마치 큰 아이의 내면 아이 같네요.
그리곤, 그림책을 덮고 먼저 떠오른 것은 후배가 생각났어요.
삶에 참 다양한 위기가 찾아와요.
나만 잘 산다고 살아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후배 중에 두 번의 직장을 출근하는 남들보다 몇 배는 열심히 살아가는 이에요.
평소에도 남을 배려하고 힘든 일에 그 누구보다 행동을 먼저 보이지요.
후배이지만 삶의 자세나 생각들을 배우고 싶은 인생 선생님이지요.
하지만 두 달 전, 그녀의 발목을 잡는 것은 다름 아닌 가족이지요.
힘들어 허덕이는 모습을 내비치며 가족을 버리고 싶다고 말하는 후배에게
어떤 위로의 단어도 전할 수가 없었어요.
대신, 헤어지면서 버스정류장에서 있는 힘껏 안아주었어요.
삶이라는 게 나만 죽을 만큼 힘든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림책 속 주인공 옆에는 가시가 가득한 고슴도치가 항상 함께 하지요.
서로 각자의 아픔이 가득하지만 또,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는 소중한 존재이겠지요.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 그 시간들이 지나고, 세상이 주는 상처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아물고,
아픈 만큼 성장하는 것은 살아오는 동안 수없이 느꼈던 경험들이네요.
경험이 더해질수록 소중한 나의 삶에 작은 행복들에 감사해지네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른이 되기 위한 자신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큰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영화 <거인>과 그림책 <크랙>이네요.
- 출판사 핑거의 핑거그림책 -
출판사 핑거는 강물이 흐르는 작은 도시에서 그림책을 만들고 있지요.
2019년 9월 <불안>을 시작으로 조미자 작가님의 직접 그림책을 출간하기 시작하셨지요.
그러니까 출판사 핑거의 대표님이 바로 조미자 작가님이세요.
11권의 핑거그림책 시리즈와 나의 수수바 시리즈 4권이 출간되었어요.
- <크랙>이 만들어진 이야기 -
아마도 <크랙>의 북토크를 하게 되면,
영화 <거인>, 드라마 <나의 아저씨> 이야기와 음악을 듣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명대사를 읽고 있을 거 같습니다.
영화 거인에서 시작된 크랙의 첫 번째 제목은 <어른이 되는 시간>이었으나
동일한 제목의 출간된 책이 있었고, 어른의 시간이 성장기의 시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듯하여
<크랙 >으로 제목을 지어 출간을 하게 되었습니다.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