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글로연 그림책 38
신혜진 지음 / 글로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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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표지가... 이럴 때 실물이 깡패라고 하는 거 맞는 거죠?

그림책을 받기 전 사진으로 만난 그림책 표지는 평온한 장면에 이끌림이 꽤 큰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림책을 실물로 만나 손끝에 닿는 순간부터 진짜 남다르다는 느낌이었어요.

출판사 글로연의 그림책의 표지들은 그림책은 본문에서 읽는 것이 아니라

표지에서부터 읽기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제목과 그림만 있는 표지에서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신기했는데 '표지 종이'였어요.

특히 이번 그림책은 부드러운 느낌만 있는 이지스킨이 아니었어요.

고운 느낌은 아니지 차갑지도 않은 촉감이 이중적인데 뭔가 그림책하고 딱 맞아요.

그러니까 제 이야기는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은 꼬옥 직접 손에 담아 보아야 한다니까요.

도대체 이런 독특한 표지 종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알고 사용하시는지가 궁금해지네요.

이런 촉감으로 만으로도 좋은데 제목이 보여주는 시각적인 효과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네요.

빛의 방향에 따라 제목의 폰트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해요.

마치 햇살에 비쳐 퍼지는 윤슬처럼 반짝이다가도 파도가 되어 바다의 한 부분처럼 사라지는 느낌도 있어요.



선명한 색감 때문에 디지털 그림인 줄 알았는데 포스터컬러로 그린 그림이라고 해요.

개인적으로 바다의 장면도 좋지만 초록이 있는 부분에서의 느낌은 아름다워요.

손그림이라는 것도 놀랍고, 포스터물감이 이런 깊이를 줄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워요.



저는 그림책 소개를 하면서 본문 사진 아래에 본문의 텍스트를 함께 올리는데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본문에는 소녀의 성장과정에는 텍스트가 없어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지요. 그래서 저도 텍스트가 없는 본문 사진을 올려보았어요.

북토크를 들으면서 알게 된 내용인데 본문에 과거 - 현재 - 미래가 담겨 있다고 해요.

총 4곳의 문장들이지요. 총 6문장의 텍스트가 탄생부터 성장, 죽음까지 삶을 말하고 있어요.

텍스트가 많지 않아도 그림만으로도 이야기는 담겨 있었는데 와~ 작가님 대단하시네요.



아이가 성장하는 매 장면을 가볍게 스쳐 지나가려다 우측의 스냅 사진에서 장면에 멈추게 되네요.

주인공들과 함께 그 시간의 감정들을 공유해 보게 되네요.

우측 스냅 사진의 크기와 위치의 변화 또한 아이의 성장과 함께 달라지네요.

특히, 사진을 찍지 말라며 손바닥으로 렌즈를 가려버린 사진에서 반항심이... ㅋㅋㅋ

(저 분명 서평 쓰는 건데 죄송합니다. 마치 영업을 위해 나온 사람 같아요.

어디 놓칠 부분 없고, 하나하나 재미난 부분이 많아서 찐으로 신이 나네요)




내 아이를 키울 때는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그 예쁨에도, 사랑스러움에도 흠뻑 빠져들지 못했지만 잠깐잠깐 느꼈던 감정들로 그림책 속 아이의 성장을 보며 할아버지의 감정들을 들여다보게 되네요.

얼마나 예뻤을까?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 하면서 앞으로의 제 모습을 상상하네요.

꼬물이와의 첫 만남, 첫걸음, 첫 이유식, 두 발 자전거 타기, 입학식, 졸업식, 성인식, 함께 한 첫 여행....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기네요. 손녀이건 손자이건 넘넘 사랑스럽겠지요.

내 자식일 때는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조급했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할 것 같아요.

저 작고 소중했던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예쁠까 싶네요.

제가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즐거운 할아버지 마음 이야기만 이야기하고 있네요.

할아버지가 기억이 흐려져 가는 부분부터가 두 번째 이야기의 시작인데 말이지요.

제가 피하고 싶은 이야기라서 사랑스러운 부분만 들여다보고 싶은가 봐요.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의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짚게 되네요.

외할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 전 돌아가셨고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치매에 대한 부분으로 그전에 따스한 기억들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의 자식들이 일곱이었고, 아빠의 늦은 결혼에 이미 저 말고도 손주, 손녀들은 많았지요.

큰 아들의 첫 번째인 손주가 아닌 손녀인 저인지라 남자아이가 중하던 시절에

밉게 보지 않으신 것만으로 다행인 것인지 초등시절을 할아버지 집에서 보냈지만

치매의 마지막 모습으로 제가 다 잊은 것인지 따스한 느낌은 없었거든요.

앗! 할아버지에 대한 제 기억이 치매로 힘들었던 가족의 당시의 삶에 멈춰있었네요.

식구들 중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셨고, 매일 아침 집 앞부터 옆집 앞의 길목까지 깨끗이 쓸고,

모든 일들에 부지런하시고 말씀은 많이 없으셨고, 아빠보다 더 건강한 몸을 가지고 계셨고,

옷자락이 더러워진 적이 없던 깔끔하시던 모습을 기억해요.

이리 할아버지에 대한 치매 이전 기억을 적어보니 가슴 한편이 아리고 쓰게 느껴지네요.

이젠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같은 시간을 공유할 수는 없지만

치매에 관한 그림책들을 만나면서 좀 더 나은 기억으로 하나둘 더해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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