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Ö 오! ㅣ 나무자람새 그림책 21
라울 니에토 구리디 지음 / 나무말미 / 2023년 11월
평점 :
그림책을 읽기 전
라울 니에토 구리디 작가님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호감도 상승 중이네요.
검은 목탄의 느낌만으로도 묵직한 느낌이 너무 좋아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기대되네요.
그림책 읽고
고즈넉한 겨울 숲에서 곰을 따라가며 작은 토끼 친구도 만나고,
앙상한 가지에 남은 잎을 바라보기도 하고,
소복하게 내려앉은 눈 위를 한 걸음씩 내딛기도 하고,
내려앉은 눈 덕에 하얀 나무들이 되어버린 숲을 걸어보기도 해요.
나무 아래에서 가지에 가득한 눈을 털어보기, 나뭇가지로 인디언 흉내 내기도 해요.
끝이냐고요?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차가운 공기 가득한 하늘로 입김을 크게 불기도 하고,
겨울이면 빼놓을 수 없는 눈사람 만들기, 스케이트 타기,
그리고 눈의 천사 만들기까지 해야 겨울 놀이를 좀 했다 할 수 있겠죠.
(이런 놀이는 눈을 만날 수 있는 나라라면 비슷한 놀이인가 봐요. ㅋㅋㅋ)
아~ 이렇게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뭔가 이상해요.
스케이트를 타던 중 얼음이 깨진 걸 발견했어요.
또, 눈의 천사 만들기를 하는데 하얀색이 아닌 다른 색의 무언가가 눈에 들어와요.
저만 아니라 주인공 곰도 그 부분에 멈추더라고요.(사실 곰이 멈췄겠지만요)
맞아요. 이 책은 겨울에 즐거움만 남기는 책은 아니네요.
처음에는 그림책의 배경은 겨울이라는 계절인데 곰인 잠을 자지 않아서 이유가 궁금했는데
곰을 만나고 책장을 넘기다 그 이유를 잊고 겨울놀이에 푹 빠져 버렸네요.
춤을 추고 친구를 만나는 줄 알았는데 완전히 다른 결말이네요.
곰이 살고 있는 깊고 깊은 산속까지도 사람들의 쓰레기가 있다니요.
가볍게 버린 쓰레기가 중간중간 보이는 빨간, 노란, 초록색으로 강조되었네요.
버릴 줄만 아는 사람과 다르게 곰은 쓰레기를 모으고 정리를 했어요.
글로 다 말하지 않아도 흑백의 배경에서 강조되는 선명한 색이 주제를 알려주네요.
무겁지 않게 시작한 이야기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부분까지 역시 구리디 작가님이시네요.
자연을 즐길 수 있게 여유롭게 만드시더니 그 자연을 훼손하는 우리를 보여주시네요.
자연을 지키는 방법까지 알려주시는 것 같아요.
마지막 페이지에 보여주는 땡그란 눈동자가 제목 'Ö'의 동그라미 두 개 같네요.
그런데 글자가 독특하죠?
처음에는 작가님 나라의 언어라 생각했는데
스웨덴어 또는 독일어로 Ö는 스웨덴어 또는 독일어로 [ø] "으", "음"으로 발음한다고 해요.
이 소리는 곰이 숨을 쉬면서 내는 소리를 연상시키는 부분, 다중적 의미 해석,
문자 모양의 곰과 닮았다는 것까지 출판사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네요.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읽으셨나요?
글없는 그림책은 읽는 이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하잖아요.
다른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들어보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