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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쟁이 네로 ㅣ 생각쏙쏙 마음쑥쑥 시리즈
마르졸렌 르레이 지음, 이나무 옮김 / 이숲아이 / 2021년 11월
평점 :
욕심쟁이 네로 / 마르졸렌 르레이 / 이나무 역 / 이숲아이 / 2021.11.30 / 생각쑥쑥 마음쑥쑥 / 원제 La Collection (2020년)
책을 읽기 전
두 개의 동그라미는 누군가가 안경을 통해 보는 시야겠지요.
그림책을 멀찍이 두고 보니 모자와 쌍안경의 실루엣이 보이네요.
사냥꾼일까요? 친구를 찾는 어떤 이일까요?
줄거리
내 이름은 네로야.
난 우리 집에서 아주아주 큰 파티를 열고 싶어 죽겠어.
다행히도 내겐 이웃이 너무너무 많거든!
좋았어!
따지고 보면, 남과 관계를 맺는다는 건 너무너무 쉬운 일이야!
게다가 난 벌써 이 새로운 친구들과 너무너무 친해졌잖아.
그래, 그래! 모두 다 들어와.
난 아무도 쫓아내지 않아!
책을 읽고
큰 집에 살고, 힘도 세고, 잘 생긴 주인공 네로.
파티를 열기 위해 많은 친구들이 필요하죠.
네로는 누구나 당연히 자기를 좋아할 거라 생각하고 있지요.
그렇게 친구들을 하나씩 만들었는데 친구들의 반응이 이상해요.
넓고 큰 집이지만 덩그러니 의자와 탁자만 보이고, 색이 없지요.
모든 것을 다 가진 네로지만 첫 장면부터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앉아 있네요.
네로는 친구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공간에서 상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어요.
허락을 구하지 않고 상대의 공간을 엿보더니 침범을 하네요.
친구를 사귀러 간 네로의 행동은 존중과 배려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물로 잡아 버리는 수집인데요.
그리고 자신의 공간으로 돌아와 우리에 가두어 버리고
자신이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바꾸어 버리지요.
친구를 가둔 우리는 하나 둘 늘어나더니 천장까지 닿고 네로조차 들어갈 공간이 없지요.
네로가 흡족한 웃음을 짓던 그 순간! 네로의 공간은 완전히 무너지지요.
마지막 장면은 오히려 환상의 공간이 네로의 공간까지 바꾸어 버리지요.
장면마다 짧은 한두 문장의 텍스트는 네로의 말이 담겨있지요.
짧은 문장과 달리 그림이 보여주는 의미는 많아요.
네로가 친구를 우리에 가두고, 네로가 원하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꿔 버리지요.
<욕심쟁이 네로>에서 타인의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상대의 고유성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로가 골라서 친구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맘껏 요리를 하고 있지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네로가 만든 우리는 언제든 스스로 깨고 나올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보네요.
동물 친구들이 아직 화가 났지만 등을 지고 있지는 않잖아요.
네로가 용기를 내어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며 함께 같은 공간에서 있을 수 것 같아요.
그렇게 뒤표지로 넘어가면 네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하실 수 있어요.
<욕심쟁이 네로>의 그림을 보면서 이수지 작가님의 경계의 삼부작에 대해 생각했어요.
제본선 경계 넘어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구성에서 후반부에서 현실과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환상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과 잘 지내야만이 친구도 잘 사귈 수 있어요.
내가 나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서 자기 존중의 힘을 길러야 하지요.
자기 존중을 할 줄 알아야 상대도 존중하는 방법을 알게 되지요.
여럿을 위한 내가 되지 말고, 한 사람을 위한 내가 되자.
- 출판사 이숲아이의 '생각쑥쑥 마음쑥쑥' 시리즈 -
이숲은 2008년에 설립된 회사로,
이숲 출판(Esoope Publishing)과 디자인 이숲(Design Esoope)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숲에는 요리 브랜드인 시트롱 마카롱 과 어린이 브랜드인 이숲아이 가 있습니다.
- 출판사 이숲 소개 내용(이숲ㅣPublishing & Design (esoope.com))
출판사 이숲에는 그래픽노블, 인문, 에세이,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출간되지요.
저는 <심야 이동 도서관>과 <아버지와 딸>을 통해 출판사를 알게 되었지요.
이 두 권의 책을 진짜, 정말 좋아해요. ㅋㅋㅋ
2021년 한 해 동안 여덟 권의 그림책들이 출간되었네요.
내년에도 기대할게요.
- <욕심쟁이 네로>의 작은 이야기들 -
이 책을 만든 마르졸렌 르레이 선생님은 프랑스에서 태어난 작가로 응용미술을 전공한 후 현재 낭트에서 살면서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고 있어요. 크레용 작업으로 만든 책으로는 <무대로 간 빨간 모자>로 한글판이 출간되었지요.
표지 그림을 보면서 더 많은 스케치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작가님의 SNS 피트의 전시 포스터에서 발견했어요.
입을 삐죽거리는 네로의 진짜 모습이 담겨 있네요. ㅋㅋㅋ
스케치와 심술 가득한 주인공 네로를 피해 의자 뒤에 숨은 카나리우스를 보셨나요.
저는 이런 작은 재미들을 보다 보면 그림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