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날
사카이 고마코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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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날 / 사카이 고마코 / 김숙 역 / 북뱅크 / 2021.12.15 / 원제 : ゆきがやんだら(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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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그림책을 받은 날 사진을 찍으며 '첫눈이 오는 날 포스팅해야지'라는 생각을 했지요.

첫눈이 왔다고들 하는데 저는 첫눈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네요.

첫눈이 오는 날 포스팅은 놓쳤지만 눈이 오면 꺼내 보고 싶은 그림책이네요.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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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부터 눈이 많이 내렸거든. 그래서 유치원 버스가 못 다닌다네.”

“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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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그러다 감기 걸릴라. 눈이 그칠 때까지 밖에 나가면 안 돼.”

그래도 나는 엄마가 설거지하고 있을 때 살짝 베란다로 나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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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추웠어. 그리고 아주 조용했어.

사락사락, 눈 내리는 소리만 들릴 뿐.

"나랑 엄마밖에 없는 것 같아, 이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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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밖에 나가 봐도 되지요? 눈이 그쳤어요.”

“이런, 지금은 잠잘 시간인데…….”

“알았어. 그럼 아주 잠깐만이다.”


 

 


 

 

책을 읽고

 

 

표지를 열고 들어서 면지에서 만난 펑펑 내리는 눈으로 밤인지, 낮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지요.

첫 장면의 '아침'이라는 단어에 한밤중에 소리 없이 내린 눈이라는 것을 생각했지요.

내리는 눈은 마치 소리를 지워 버린 것처럼 고요하게 만들어 버리지만

눈 덕분에 세상이 촉촉하고 포근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눈 내리는 날>을 읽고 나면 특별한 이야기나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었어요.

폭설이 내린 어떤 날 눈을 만져보고자 하는 아기 토끼의 마음이 담긴 하루의 이야기이지요.

눈이 가득한 장면들은 검정, 흰색의 어울림에 은회색은 차분하면서도 묵직함 더 해주네요.

사카이 고마코 작가님이기에 그 순간의 감정과 풍경을 담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처음 눈 소식을 듣게 된 순간, 폭설로 인해 모든 것들이 멈춰버린 순간, 엄마와 함께 밖에서 눈을 만나는 순간까지 설렘, 기다림, 지루함, 조바심, 원망, 걱정, 두려움, 희망, 행복, 즐거움으로 눈을 만나기 전까지의 아이의 하루 동안의 수많은 감정들이 담겨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이제는 아는 일인데도 책장을 넘기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설레기도 해요.

 

 

늦은 밤이었지만 엄마가 외출을 허락을 한 이유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기 때문이겠지요.

가끔 아이들이 이해 안 될 때 '나는 어릴 적에 이럴 때는 어떻게 했던가?'라는 생각을 해봐요.

그럼 아이의 마음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더라고요. 가끔은 알면서도 안 된다고 할 때도 있지만요.

마지막 장면에 아이의 손에 들린 눈뭉치와 엄마를 보며 즐거워하는 재잘거림까지 귀에 들리는 듯하네요.

눈만 뭉쳐 놓은 것 같은 아이의 만들어 놓은 눈사람에서는 아이 혼자서는 완성하기 힘든 그 디테일까지 눈사람들에 담겨 있지요. 아마 내일은 아빠와 눈사람의 모습을 완성할 수 있겠지요.

 

 

책을 읽다가 아이와 나만의 특별한 순간이 언제였을까?

이렇게 날씨가 도와주는 특별한 날만이 특별한 순간이 되어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저는 매일매일이 특별한 순간이라고 생각하게 되네요.

아빠가 없는 저녁 둘만의 특별한 메뉴를 함께 먹는 기쁨,

열이 가득하던 아이가 병간호를 받던 중 깨어난 새벽녘에 고맙다며 인사를 나누던 순간.

혼자서 만들어서 건네주던 첫 번째 어버이날에 감사 편지를 받던 순간,

자신의 취미를 재잘재잘 읊고 있는 여드름 가득한 소년의 옆모습을 볼 때처럼 말이지요.

 

 

어릴 적에 눈은 지금처럼 귀찮음이 먼저 떠오르는 날씨가 아니었지요.

즐겁게 놀기에 좋고, 차갑지만 포근한 느낌으로 누구나 아이가 될 수 있게 천진난만한 느낌을 그대로 안겨주지요.

이젠 눈을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보다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더 좋네요.

앙상한 가지에 내려앉은 눈 덕에 겨울 풍경이 한 폭의 수묵화가 되기도 하고,

조용함을 넘어서 쓸쓸함과 적막감이 밀려오지만 마지막은 항상 맑은 느낌을 남겨 주지요.

밤에 달리는 차 안에서 녹은 눈이 물이 되어 창문에서 불빛 반사되어 반짝일 때 마치 별 같은 느낌을 간직하고 있지요.

물론 비가 내리는 날도 이런 별빛에 빠질 수 있지만 눈이 내리는 날 하염없이 창문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올겨울 눈이 내리면 꼬옥 아이처럼 즐거워했던 그 순간으로 잠시 머물러야겠어요.

벌써 눈이 펑펑 쏟아지기를 기다리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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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시간의 밤이라도 봄날의 밤의 따스하면서도 차가움을 동시에 갖지요. 여름날의 밤은 활기가 느껴지고, 비 오는 날의 밤 여유로움, 한겨울의 밤 쓸쓸함, 눈이 오는 날의 밤 고즈넉함까지 다양한 느낌이지요.

또, 비 오는 밤도 어느 계절, 어느 장소에 있느냐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다르지요.

다양한 생각과 느낌까지 이어지게 만든 <눈 내린 날>이 종일 마음에 남아 있네요.


 

 


 

 

- <눈 내린 날>의 표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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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날>은 2005년 <ゆきがやんだら>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출간되었지요.

한글 번역판으로 2015년 출판사 북스토리아이에서 <눈이 그치면>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고,

2021년 출판사 북뱅크에서 <눈 내린 날>로 제목이 바뀌면서 복간되었네요.

 

표지의 제목을 보면서 파란 색감의 폰트보다는 은빛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영문판에서 제가 생각했던 색감이었는데 가시성이 원작보다 덜하는 느낌이네요.

역시 깊고 매의 눈을 가진 편집자와 디자이너들의 이유 있는 색감인 것 같아요.

표지를 검색 중 조금 다른 그림을 발견했어요. 작은 차이인데도 느낌이 다르네요.

원작의 그림이 기다림과 차분함을 전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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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싸개의 앞날개에는 본문에서 볼 수 없는 한 장면이 담겨 있어요.

뒷날개에는 북뱅크에서 출간된 작가님의 작품이 보이네요.


 

 


 

 

- 사카이 고마코(酒井 駒子) 작가님의 그림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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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터치로 캐릭터의 마음까지 전달하는 그림을 그리는 사카이 고마코 작가님.

사카이 고마코 작가님의 의인화된 동물들은 어색함을 찾을 수 없이 아주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되지요.

작가님의 한글 번역판 열일곱 권 중 몇 권은 절판되거나 재출간된 책들도 있지요.

출판사 북뱅크에서는 작가님의 작품을 다섯 권이나 출간했지요.

<눈 내린 날>은 2009년 네덜란드에서 ‘은 석필 상’을 수상하였고, 2009년 뉴욕타임스 ‘우수 그림책 베스트 10’에 선정되었지요.

 

 

<울보 꼬마> 포스팅 : https://blog.naver.com/shj0033/222085997880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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