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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 신데렐라
리베카 솔닛 지음, 아서 래컴 그림,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1년 5월
평점 :
해방자 신데렐라 / 리베카 솔닛 글 / 아서 래컴 그림 / 홍한별 역 / 반비 / 2021-05-31 / 원제 : Cinderella Liberator (2019년)
책을 읽기 전
제목의 '해방자'라는 단어와 신데렐라가 어울리지 않나요?
그림책의 몇 장면을 우연히 접한 후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지요.
연블루 바탕 위의 그림자 실루엣으로 그려진 그림들과 연블루의
책을 열면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왠지 기대되네요.
줄거리
P. 5
신데렐라라는 이름에는 장작이 거의 다 타서 꺼져 가는 깜부기불을 '신다'라고 하거든.
저택의 부엌 벽난롯가에서 잠을 자다 보면 신더에서 불똥이 튀어 옷에 구멍이 나곤 했어.
옷이 낡고 너덜너덜해졌고 그래서 이런 이름으로 불리게 된 거야.
P. 20 실크로 만든 드레스 옷자락에서 움직일 때마다 물 흐르는 소리가 났어. 빛깔은 하루가 저물 무렵의 하늘처럼 파란색에, 더 깊은 파란색에, 거의 검을 정도로 짙은 파란색에 옅은 구름이 떠 있는 빛이었어.
신데렐라는 저녁을 닮은 소녀처럼 보였고 또 소녀가 된 저녁처럼 보이기도 했단다.
ㅍ
P. 25 대모 요정은 모두가 자유롭고 가장 자기다운 모습이 될 수 있게 돕는 것이 진짜 마법이라고 했어.
P. 39 신데렐라는 대모 요정은 아니지만 마법 능력이 없어도 해방자가 될 수 있었어. 해방자란 다른 사람들이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도록 돕는 사람이야.
책을 읽고
많은 분들이 '신데렐라'라면 초라한 모습에서 요정, 호박 마차, 유리 구두, 등으로
왕자를 만나며 행복하게 살았어요라는 해피엔딩의 결말을 생각하시지요.
하지만 리베카 솔닛이 들려주는 신데렐라는 원작의 결말과는 거리가 멀어요.
아름다운 변신과 힘든 상활은 같지만 신데렐라가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가지요.
왕자와 결혼하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기 위한 신데렐라는 어느 날 갑자기 그 일들을 할 수 있었을까요?
절~대 아니겠지요.
그녀는 평소에 자신이 인내하고 꾸준히 했던 일들에서 시작했던 것 같네요.
신데렐라는 몸이 편할 수 있는 일과 마음이 편할 수 있는 일을 구별할 줄 알았던 것 같아요.
과거로부터 벗어나기는 쉬울 수 있겠지만 안정된 미래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신데렐라가 새엄마로부터 받은 구박으로 견디어 온 시간을 생각하면
신데렐라는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알았을 것 같아요.
가족이라는 미명 아래 묶어 두었던 자신의 현재의 삶에서 벗어난 해방자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펼쳐질 편안한 미래의 삶에서 벗어난 해방자이기도 했지요.
P. 37 누구든 힘든 사람을 도우면 대모 요정이 될 수 있고, 또 누구든 못된 새어머니처럼 될 수도 있어. 우리는 다들 마음속에 그런 굶주림이 조금은 있지만, 그래도 “나한테 넉넉히 있어.”라든가 “자, 이거 가져.” 또는 “잘 지내니?”라고 묻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단다.
삶에 여유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물질적 풍요가 있지 않아도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다른 이의 안부를 물을 수 있지요.
제 주변에는 그런 분들이 계시지만 저는 마음의 소양이 넓고 깊은 사람이 아니라 그러지 못하지요.
물질적 풍요와 마음의 여유는 비례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더 큰 꿈을 향해 나가는 졸업반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휴가를 간 후배에게, 시작하는 지인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며 무언가를 바라고 하는 아니라서 요 며칠은 내가 대모 요정이 된 듯하네요.
사실, 이런 부분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게 직업을 갖고 경제적 자립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네요.
신데렐라처럼 누구나 대모 요정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신데렐라의 평소 행동에서 자신을 것을 나눌 주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그런 인물이지요.
요즘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말은 일의 숙련도도 중요성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이야기하지요.
누군가를 위한 배려의 마음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라고요.
저 역시 재취업 후에 지난 2년의 진실된 마음으로 시간을 지내오니
직장에서 함께 있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이 전달되었는지 저를 불편해하던 분들도 달라지네요.
역시! 진심을 통한다는 생각을 해요.
가식보다는 진심, 공감하는 마음으로 다른 이에게 다가가면
늦더라도 그들은 내 편이 되어 준다는 거예요.
가장 멋진 결말은 신데렐라의 진짜 이름을 찾았다는 거예요.
자신의 이름을 찾는 의미까지 빠지지 않고 용감하게 해방자 신데렐라로 태어나게 해 주었어요.
페미니스트 작가인 레베카 솔닛의 의도는 여성이 차별에 맞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겠지요.
저는 그 이야기도 좋았지만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고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신데렐라에 집중했네요.
물론 이 이야기는 자주 만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해방자 신데렐라라서 더 멋지게 느껴지는걸요.
- 레베카 솔닛의 책 -
예술평론과 문화비평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로 주목받는 작가이자 역사가이며,
1980년대부터 환경·반핵·인권 운동에 열렬히 동참한 현장운동가다.
『멀고도 가까운』, 『걷기의 인문학』, 『길 읽기 안내서』, 『마음의 발걸음』, 『이 폐허를 응시하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등을 포함해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썼습니다. - 출판사 반비의 작가 소개 내용 중
- 삶의 구속의 굴레를 벗어나는 해방자들 -
나미타는 길을 찾고 있어요 / 마르 파본 글 / 마리아 히론 글미 / 엄혜숙 / 풀과바람2016.06
말라깽이 챔피언 / 레미 쿠르종 / 권지현 옮김 / 씨드북2016.09
종이봉지공주 / 로버트 먼치 글 / 마이클 마르첸코 그림 / 김태희 옮김 / 비룡소
돼지책 / 앤서니 브라운 /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내 멋대로 공주 / 배빗 콜 / 노은정 옮김 / 비룡소
여성 인물과 관련된 그림책들 대부분이 이 주제와 관련된 그림책일 것 같아요.
최근에 읽었던 <서프라제트 / 대교북스>도 생각나요.
오래전에 모아 보았던 그림책이라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여성 인권 관련 그림책 : https://blog.naver.com/shj0033/221200293257
- 아서 래컴의 그림이 담긴 신데렐라의 다양한 표지 & 북토크 -
1919년 아서 래컴의 초기 작품을 확인하고 나니 와~ 그 장면들이 그대로 실려 있네요.
하나의 작품에서도 이렇게 다른 느낌의 표지들이 보이네요. 놀라워요.
아래 링크로 들어가니 <해방자 신데렐라> 북토크가 있네요.
1910년 초창기 작품의 이야기, 로테 라이니거 감독의 이야기,
그리고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야기까지 듣는 것만으로 풍부하네요.
https://youtu.be/8yZV-bp8oDQ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