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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시대 ㅣ 그림책은 내 친구 60
페터 엘리오트 지음, 키티 크라우더 그림, 김영미 옮김 / 논장 / 2020년 11월
평점 :
서부 시대 / 페터 엘리오트 글 / 키티 크라우더 그림 / 김영미 역 / 논장 / 2020.11.20 / 그림책은 내 친구 60 원제 : Farwest (2018년)
책을 읽기 전
그림책의 표지만 보았을 뿐인데 이렇게 궁금증을 폭발시킬 수 있는 것은
키티 크라우더 작가님의 작품이기에 가능하겠지요.
<서부 시대>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들어가 보아요.
줄거리
“사냥하러 갑니다.”
처음이라 쉽지 않았어. 사냥감을 잘 고르는 게 비결이라네. 사람들이 귀띔해 주었지.
화살 두 발은 훈련용으로 날려 버리고,
세 번째는 표적의 얼굴 한가운데를 명중시켰지.
글쎄, 내가 사냥 나간 사이에 낯선 친구가 내 자리를 떡하니 차지했더라고!
“사냥하러 나간 사람은 자기 자리를 뺏기는 거야! 어쩔 수 없어.”
끝까지 지켜보니 그는 좋은 친구였어.
그 친구가 빼앗은 내 자리가 그리 아쉽진 않았어!
책을 읽고
“사냥하러 나간 사람은 자기 자리를 뺏기는 거야!”
내 자리를 잃는다는 기분, 내 자리를 뺏긴다는 기분이 누구나 경험했을 것 같아요.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한 노란 광대 코코는 주인공의 옷을 입거나
주인공의 말에 오르고, 주인공의 여자 친구에게 전화까지 하지요.
자리를 비운 사이 낯선 이에게 빼앗긴 자리에 불안감과 존재감이 없는 듯하지요.
“어이, 친구. 앉게나, 잘 왔어!”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에 두 작가님은 독창적인 생각으로 해결책을 알려주지요.
떠났던 친구나 새로 온 친구를 반기는 사람을 만나는 방법으로 말이지요.
모르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일상의 일부를 넘겨주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자기의 일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다른 일을 하게 되지요.
주인공은 코코가 자신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리를 내어주고 함께했지요.
코코가 앉은 자리는 다른 누가 또 앉는 순간이 오지요.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주인공이 자리를 잃는 것을 보며
어릴 적 제자리를 찾기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주인공의 생각이 바뀌면서 자리를 빼앗긴 것이 아니고 정해진 자리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구나 쓸 수 있는 자리로 자리의 주인은 바뀌고 바뀌는 것이 이치인 것 같아요.
직장에서도 영원한 내 자리를 없고, 누구나 타는 대중교통에도 정해진 자리는 없지요.
공중목욕탕의 여탕에서의 목욕 가방을 둔 소리 없는 자리 전쟁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자리'에 대한 선택은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변함없는 자리만을 고수하며 상대와 대립적인 관계를 가질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자리보다는 함께 하는 의미를 찾을 것인지...
역시! 키티 크라우더 작가님이세요.
<서부 시대>는 면지의 광활한 황야를 달리는 말에 이어 다음 장에는
목탄으로 그려진 아메리카 원주민이 말에 앉아 있고, 그 옆에는 개가 있지요.
마치 지금부터 보이는 이야기는 오래전에 일어난 이야기이라는 듯이 말이에요.
이렇게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 전까지는 그 반전을 알 수 없는 묘미들이 많지요.
주인의 옆을 항상 따를 것 같던 개 요나스는 주인이 항상 바뀌지요.
주인공과 바이슨의 대치 장면 후 사냥이 끝난 주인공 손에 들려 있던 동물.
코코가 사냥을 가서 잡아 오는 동물은 누군가가 실패한 사냥감이었지요.
헌사 부분에 시애틀 추장의 말과 세계인권선언 제1조를 담은 판권 페이지도
코코의 자리를 차지했던 로자 파크, 로자 파크의 자리를 차지한 마틴 루서 킹, 패티 스미스...
이들은 자유와 인류애를 위해 일한 인물들로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뒤쪽 면지도 놓치지 말아야 하지요.
볼거리가 많은 그림과 이야기에 그림책에 푹 빠져서 반나절을 보내버렸네요.
- <서부 시대> 두 작가님의 인터뷰 -
서부극의 열렬한 팬인 키티 크라우더는 제목을 <Farwest> 바꾸자고 제안하지요.
카우보이에게 총이 없는 이유, 캐릭터 코코의 탄생 배경 등의 작업 과정 이야기가 있지요.
뒤표지에 QR코드는 글 작가인 Peter Elliot의 밴드가 부른 노래가 담겨있어요.
말의 다리의 그림들이 연속적으로 밑그림이 보이는 것도 생동감을 주는 것 같아요
목탄 그림의 말이 계속 달리는 영상을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았네요.
<서부 시대>의 두 작가님의 작업 과정 인터뷰 :
https://blog.picturebookmakers.com/post/174624862276/peter-elliott-kitty-crowther
- '연대'에 관한 그림책 -
연대(連帶)
1.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
2. 한 덩어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
<이웃과 함께한 멋진 하루 / 고래이야기>, <분홍 모자 / 이마주>....
'함께 행동한다'라는 의미에서 이런 그림책들이 생각났어요.
한 권의 그림책이지만 독자의 생각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읽히는 그림책이지요.
제가 골라 본 '연대'에 관한 그림책이지 어떤 답이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