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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품
박철 지음, 김재홍 그림 / 바우솔 / 2019년 8월
평점 :

엄마의 품 / 박철 시 / 김재홍 그림 / 바우솔 / 2019.08.19
책을 읽기 전
바우솔의 시그림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김재홍 작가님의 그림과 공광규 시인의 <구름>은 저에게 많은 의미들을 남긴 책이지요.
그래서인지 김재홍 작가님의 책은 항상 기대가 되네요.
이번 책은 느낌을 남겨줄까요?
줄거리
수업을 마친 나는
더위 속 일하는 엄마를 위해
작은 물주전자에 시원한 우물물을 떠서
들길로 물심부름을 나갔다.
내 주머니 안엔 속이 하얀 크림빵도 하나 있었다.
'어, 하늘 얼굴색이 이상하다?'
파란 하늘이 갑자기 잿빛으로 바뀌면서
온 세상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툭툭 한두 방울 내리던 비는
대지를 적시며 갑자기 물세례를 쏟았다.
인적 하나 없는 들판에 어둠이 내리고,
장대비가 쏟아지고
...
미끈거리는 고무신이 자꾸 발바닥을 벗어났다.
가슴이 조여 오고 몸이 젖을수록 겁이 났다.
'어쩌지?'
세상이 요동치는 어둠 속에서 두리번거리며
한동안 앞뒤를 살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엄마를 향해 달려가야 하나?'
그러나 방황은 잠시였다.
나는 얼굴 가득 빗물을 뒤섞으며
엄마를 향해 내달렸다.
엄마 모습만 떠올랐다.
“ 엄마아, 엄마.....”
그렇게 두려움에 떨며 한동안 소리를 지를 때였다.
(장면마다 세밀하게 표현된 빗줄기가 얼마나 큰 비인지 알 수 있네요)
“철이야? 아이고, 이놈아,
이 빗속에 집으로 내달려야지 이리로 오면 어떻게 해. 이놈아!”
엄마는 대뜸 내 등짝부터 내리쳤다.
그리고 옷자락을 들어 젖은 내 얼굴을 닦고 또 닦았다.
책을 읽고
“왜 엄마한테 왔어?”
“응? 그럼 어디로 가?”
나의 둥지 엄마!
엄마를 품에 안기니 비가 그치고 세상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는
아이의 표현이 엄마의 존재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 수 있게 해 주네요.
아이가 아닌 다 큰 우리들에게 엄마의 품은 어떨까?
노모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예전과 같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세상 어느 품보다 따스하며 안정적인 공간이지요.
나의 가슴 한편에 남아있는 엄마의 품에 대한 기억은
음식 냄새와 화장품 향기가 더해진 체취와 넉넉한 살집에 포근함,
그리고 작은 내가 푹 안겨서 응석을 부릴 수 있었던 품이었다.
노모의 품은 느낌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젠 그녀의 품만큼이나 내가 가진 엄마의 품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뜨거운 햇살이지만 엄마를 위해 시원한 물과 소중하게 가져온 크림빵에 아이는 번거로움보다는 행복했을 것이고,
인적 하나 없는 곳에서 장대비로 어둠을 만나고 우산은 없이 신발이 벗겨지는 상황에서 아이는 겁이 났을 것이고,
마을로 돌아갈 것인지 엄마에게 갈 것인지 잠시 고민했지만 엄마에게 달려가며 엄마만 생각했다는 아이.
이 아이와 같은 경험은 아니지만 어릴 적 엄마를 위해 무언가 하려다 오히려 사고를 쳤던 나를 볼 수 있었어요.
아이가 엄마를 만나서 엄마에게 혼이 났지만 혼이 나는 것보다 엄마를 다시 만났다는 그 기쁨이 컸겠지요.
하지만 엄마 또한 아이를 만나서 놀라고 반가웠을 거예요.
신발이 벗겨졌는지도 모르고 달려 나와 아이를 어루만지는 엄마의 모습.
맞아요. 엄마가 그랬어요. 자신보다 저에게 모든 것을 쏟아내 주었던 엄마였어요.
이런 엄마의 위대한 사랑을 받은 저인데...
저는 잘 하고 있을까요?
박철 시인의 글과 김재홍 작가의 그림으로 만들어진 <엄마의 품>
그냥 지나칠 뻔한 엄마의 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오늘은 엄마에게 전화를 해봐야겠어요.
“엄마!”
- <엄마의 품> 개정판과 비교하기 -
2015년 1판 1쇄의 <엄마의 품>이 바우솔에서 출간되었어요.
2019년에 표지를 바꾸고 본문의 서체를 바꾸면서 재출간되었어요.
개정판을 보았을 때 너무 달라져서 못 알아봤네요.
개정판의 표지가 엄마의 품처럼 대지의 힘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면지도 표지에 맞추어서 맑은 하늘로 바뀌었어요.
- 함께 읽는 <엄마의 품> -
어른이들 모여서 함께 읽는 그림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어요.
<엄마의 품>을 신간 그림책 중 한 권으로 소개했어요.
저희 모임에는 그림책을 자주 접하신 분도 계시지만 그림책이 생소한 분도 계시는 모임이지요.
그래서 <엄마의 품> 구판과 개정판을 함께 보여드리며 그림책의 재출간의 매력에 대해 짧은 소개를 했어요.
오늘도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