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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ㅣ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 후지마루
/ 김은모 / arte(아르테) / 2019.01.16
줄거리 - 출판사 책 소개
내용
어느 날, 고등학생 사쿠라 신지는 동급생 하나모리 유키에게서 ‘사신’
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
‘사신’은 미련이 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사자(死者)’의
소원을 들어주고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일을 한다.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사쿠라는 의심을 품지만 ‘근무 기간을 채우면
어떤 소원이든 하나를 들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로 사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틀어진 동생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학생,
일정한 직업 없이 가족과 연을 끊고 사회의 불합리함을 저주하던 중년
남자,
남편의 사랑을 원했지만 아이만을 낳길 종용당한
아내,
그리고 어머니에게 계속 학대를 당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사랑을 갈구한 소녀
등등.
너무할 정도로 안타까운 절망 한복판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자’들,
추가시간이라는 죽음 이후의 생을 살아가는 그들을 찾아온
사람은
마찬가지로 절망과 체념을 안고 살아가는 고교생 사쿠라
신지였다.
돈에 쪼들려 시급 300엔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사쿠라 신지와, 그의
반 친구이자 동료인 하나모리 유키.
두 사람은 사신이라는 독특한 직업을 계기로 만나게
되는데
하나모리는 사쿠라에게 짓궂은 농담을 건네며 놀리는 데 희열을
느낀다.
처음에 사쿠라는 그녀의 너무나 해맑은 천진난만함을 맞닥뜨리고 어이없어
했지만
점차 하나모리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녀의
숨겨진 비밀에 다가간다.
그리고 두 사람은 죽음과의 교류를 거듭하면서 인생의 해답에 도달한다.
책 속에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p 60. 사람은 언제나 잃고 나서야 후회한다.
언제나 잃고 나서야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알고 있었는데. 행복은 반드시 망가진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또 실수하고 말았다.
p 108. 괴롭다. 토할 것만큼 고통스럽다. 성장하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럽다.
원망스럽다. 원망스럽다. 원망스럽다.
p 110. 뭔가 남기지도, 남의 기억에 남지도 못해.
그런 의미 없는 시간이기에 추가시간 동안 고통스러울 만큼 자기 자신과
똑바로 마주 볼 수 있지.
아주 괴롭고 가혹한 시간이야.
하지만 어떤 인생에도 행복했던 시간은 반드시
존재해.
결과적으로 행복은 잃었을지도 모르지만,
행복했던 그 순간을 떠올릴 수 있다면 분명 미련을 해소하는 것보다 그게
더 소중한 일이야.
- 하나모리
p 176. 추가시간은 미련을 해소하기 위한 시간.
하지만 '사자'는 대부분 미련을 풀지 못하고
체념한다.
하나모리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 표현은 조금 잘못된 게 아닌가
싶다.
추가시간은 애초에 미련을 버리게끔 하는 장치가
아닐까.
추가시간을 통해 '사자'는 미련을 풀 방도가 없다는 걸
받아들인다.
그러고 나서야 '사자'는 비로소 청산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후회로 점철된 인생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조그마한 행복을 찾아내는
청산을.
- 사쿠라와 신지와
p 177. 이해와 수용은 별개다. 수긍이 되느냐고 하면 전혀 수긍이
되지 않는다.
책을
읽고
출판사 아르테의 책들을 읽을 때마다 좋다.
출간 전 연재되는 글을 보며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정독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 기대감이 무너지는 경험도 해
보았고
책의 내용을 모르고 만나는 것이 오히려 더 재미나게 책을 읽는 방법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책은 손바닥을 펼친 크기의 사이즈이며 반양장본으로 많은 무게감이 있지는
않다.
글자 폰트도 눈에 딱 들어올 만큼 크지도 작지도 않고 읽기
편하다.
368쪽의 분량으로 집중해서 읽게 되면 2시간도 안 걸린 것
같다.
'사신 아르바이트'라는 단어가 훅~ 내 마음을 치고
들어왔다.
다른 이를 저세상으로 보내는 그 끝에 서 있는 심정이 어떤 느낌일지 알
것 같기도 모를 것 같기도...
생각보다 너무 빨리 읽어버려서 아쉬웠다. 좀 더 길어도 될 것
같은데...
머릿속에 등장인물들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느낌들도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억을 할 수 없다'라는 전제가 참
불공평하지만 공평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세상 모든 기억들을 안고 살아가기가 힘들다.
좋은 기억이건 나쁜 기억이건...
하지만 주인공 사쿠라처럼 떠나보내는 이가 많을 경우에는 더 힘들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신은 6개월이라는 사신 아르바이트의 시간이 끝나면 그간의
기억이 지워진다.
항상 그렇지만 나의 오늘이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하루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삶이 퍽퍽하기만 한 것 같은데 들여다보면 행복, 기쁨이
있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을 읽으면서 참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분명 가벼운 소설 한 권을 읽었는데 삶을 고민하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공부하게 된다.
오늘도 행복한 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