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가을
유은실 지음, 김재홍 그림, 권정생 원작 / 창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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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가을 / 유은실 글 / 권정생 원작 / 김재홍 그림 / 창비 /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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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표지의 장면이 사진인 듯 그림인듯하고

예쁜 단풍의 색과 비의 우울함이 함께 있는 표지에 끌렸지요.

권정생 작가님, 유은실 작가님, 김재홍 작가님의 조합이라는 것만으로도 궁금했던 책이에요.

 

 


 



 

 

줄거리

나는 예배당 문간방에 산다.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다. 겨울엔 귀에 동상이 걸렸다가 봄이 되면 낫곤 한다.

그래도 이 조그만 방은 가난하고 아픈 내가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곳이다.

지체 장애와 지적 장애가 있는 열여섯 살 창섭이는 나를 찾아온다.

창섭이는 울 줄을 모른다.

아픈 것도 모르는 듯했다.

창섭이와 내가 비슷한 사람이라는걸.

그래서 서로 통할 수 있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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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어느 가을날,

부슬 부슬 비가 내려도 창섭이는 내가 들어오라가 말할 때까지

문 앞에 선 채 숨을 죽였다. 그리고는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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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새니도 냉가 시치?"

("선생님도 내가 싫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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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머구지따"

("뭘 먹고 싶다.")

나도 배가 고팠다. 찐 감자 몇 개가 없어서 누워 자기로 했다.

배고픔을 참으려 찬송가를 1절, 2절, 3절, 4절, 되풀이해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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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지쳐 버렸는지

우리는 어느새 깊이 잠이 들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뒤, 주일 예배를 마치고 만난 창섭이는 내게 배가 아프다고 말한다.

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창섭이 옷을 대충 여미고 떼밀어 쫓아 보내는데…….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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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한 마리가 책 모서리를 기어가고 있다.

잡으려고 손을 대다가 주춤.

한 마리의 벌레라 할지라도 살아 있는 건 더없이 고귀하다.

 

 


 



 

책을 읽고

작가와 관련자분들의 노고로 만들어진 한 권의 책은 그것만으로도 귀하지요.

여기에 책과 관련된 배경을 알면 더 가치 있고 귀하게 여겨지는 것 같아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 작가의 노력이 담긴 부분, 에피소드, 생각들을

책의 서평과 함께 올리면서 제가 책을 더 귀하게, 더 가치있게 읽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제 바탕 지식이 얇아서 놓치는 부분도 많지요.

권정생 선생님의 책이 그런 책 중 한 권이었어요.

<강아지 똥>이 좋긴 좋은데... 그 후에 다른 책들은 찾아보지 않았거든요.

그림책 강의에서 권정생 선생님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집에 있는 책들을 들쳐 보기 시작했어요.

권정생 선생님의 책들은 대부분 가슴 저미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아픔이 가슴까지 파고들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은 느낌이 아니지만

문장들에서는 힘이 느껴지고 글의 끝에는 희망을 안고 있다고 생각해요.

불현듯 세상을 떠난 창섭이는 부모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싫어하고 귀찮은 사람이었지요.

그런 이가 떠났으니 쉽게 잊고 살아갔을 텐데 창섭이를 잊지 않고

이렇게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이가 바로 권정생 선생님이시지요.

마지막 문장이 더 가슴 깊이 파고드는 이유인 것 같아요.

" 한 마리의 벌레라 할지라도 살아 있는 건 더없이 고귀하다. "

 


 



 

- 그림책으로 새롭게 읽는 권정생의 산문 -

故 권정생의 산문 「그해 가을」은 1975년 『새가정』 11월 호에 발표되었고,

작가의 작고 5주기를 맞아 출간된 산문집 『빌뱅이 언덕』(창비 2012)에 수록된 작품이다.

2013년 가을, 동화작가 유은실은 이 산문집 속에 실린 7쪽 분량의 짧은 글 「그해 가을」에 압도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받은 감동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작가의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자

이 이야기의 감동을 아이들과 나눠야겠다고 결심한 뒤 그림책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유은실 작가는 권정생의 원작에 실린 문장들을 발췌하여 그대로 가져오되

전기, 수필 등 여러 자료에서 얻은 권정생의 자전적 내용을 알기 쉬운 문장으로 보태어

그림책 원고를 공들여 완성했다.

- 내용 출처 : 출판사 책 소개 내용-



 


 

 

-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

권정생 선생님의 사진, 연보, 저서, 유언장, 살던 집 등 많은 자료들이 있네요.

유언장을 보면서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면서도 전쟁 속의 아이들을 걱정하는 그의 마음에 보게 되네요.

▼ 아래는 <그해 가을>의 배경이 된 예배당 문간방의 실제 공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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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일직 교회 문간방으로 들어간 것은 그에 나이 32살(1968년) 이었다.

외풍이 심해 겨울엔 귀에 동상이 걸렸다가 봄이 되면 나았다.

그 사이 <강아지똥>이 출간되었으며 요양원에도 들어갔다.

그의 나이 47살(1983년) 가을에 빌배산 아래 빌뱅이 언덕 작은 오두막집으로 이사한다.

해 질 무렵 빌뱅이 언덕에 올라 노을 보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내용 출처 :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연보 / http://www.kcfc.or.kr


 

오늘도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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