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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안녕 / 안녕달 / 창비 / 2018.
07.20
제가 좋아하는 작가. '안녕달'
그녀가 쓰고 그린 작품 전작을 소장하고 있지요.
밝고,
희망적이고 울림이 깊게 남아서... 그녀의 작품들을 좋아해요.
사실 이번 작품도 당연히 '만남'이라는 주제일 거라 생각했어요.
물론
만남이라는 주제도 들어 있지만 저에게는 '죽음'이라는 의미가 깊게 남았어요.
1장 소시지 할아버지의 탄생
소시지가 태어나고 바깥세상이 궁금해 처음으로 나갔다가 상처를
받지요.
엄마가 보내는 위로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지만 엄마는 떠나지요.
대신에 곰인형을 들고 와 소시지가 엄마의 손길처럼
위로를 스스로가 만들어 내지요.
소시지의 마음을 쓰다듬던 엄마의 손길 자리에 곰 인형의 손길이 있어요.
곰 인형의 손길은 소시지의
마음에 충분한 위로를 주었을까?
가짜의 위로가 생각나요.
내가 누군가에게 받아 본 적이 있던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보냈던 가짜
위로.
2장 소시지 할아버지와 개의
만남
무료 분양이어도 선택을 받지 못한
강아지.
그 강아지를 계속 지켜보는 소시지 할아버지는 강아지를 데려갈 듯 말 듯..
결국 소시지 할아버지는 강아지를
데려와요.
정말 천천히 날들이 지나가요.
1장에서는 소시지가 태어나고 크면서 상처받고 엄마를 떠나보내고 늙어가는
과정들이
모두 들어 있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더니
2장은 소시지 할아버지가 개를
데려오는 과정도 길고(읽으면서 '언제 데려가는 거야.' 투덜거림)
개와 할아버지가 서로에게
적응하는 과정도 길어요.
3장 소시지 할아버지와 개의
이별
언제부터인가 강아지는 혼자에요.
밥도 혼자 먹고, 볼
일도 혼자, 그리고 곰인형에게 위로를 받고 있지요.
강아지의 변이 가득한 화장실을 보고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할아버지가
죽음으로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강아지는 손길을 찾아 나서지요.
아니면 손길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손길을 나누러 가는 걸까요?
여기에서
나오는 폭탄 아이를 보면 불안한 맘을 보이는 것을 머리 불꽃 상태에 따라 달라지네요.
불과 손을 잡은 폭탄 아이라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이를 안아주는 불과 강아지...
3장의 마지막 장면은 가슴을 찡~하게 만드네요.
4장 사후 세계의 별에서 지내는 소시지
할아버지의 모습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4장은 줄거리 요약이
어렵네요.
한 번 읽어 보세요.
첫 번째 생각.
총 264페이지의
662컷의 그림 구성으로 완성된 그림책
유아 그림책으로 분류되어 있는 <안녕>. 이것은 온라인 서점에 분류의 오류가
아닐까요?
그림책의 분류는 맞지만 유아의 책이라고 하기엔 많은 이해가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어요.
두 번째 생각.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오만은 버려주었으면 좋겠어요.
소중한 누군가의 부재라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위로라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아요.
만약, 내 곁에 없는 그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들였다면 다른 이의 말이 위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 내 감정의
단계가 거부 단계인데 어떤 위로나 말들은 오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 번째 생각.
'내가 죽고 나면 누군가를 계속 걱정해야
하는가?'
4장에서 사후 세계에 온 이들이 현생에 남아있는 누군가를 걱정하며 궁금해하네요.
생각해보니 궁금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걱정은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3번의 유서를 써 보았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심리 수업을 받다가
작성한 유서였어요.
내가 만약 불가항력적인 어떤 상황이 생기면 내 주위에 남는 누군가에게 남기는 메시지였어요.
매번 큰 틀은 벗어나지
않더라고요.
내가 죽음을 맞이하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면 주위에 남은 이들의 큰 상처에
대해 생각했어요.
'아이들에게는 계속 함께 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리고 너희들은 스스로가 독립할 수 있는 힘이 있을 거라
믿는다.
신랑에게는 빠른 안정을 찾기 바란다.
친동생과 엄마 아빠에게는 나와 가족이었고 모든 것을 맘으로 받아들여주고
나와 함께
해 주어서 내 온 맘을 다해 감사한다.'
뭐~ 이런 것들이었어요.
저는 죽음에 대해 아주 가끔 생각해 보아요. 건강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정신을 놓지 않고, 건강한 몸에서 주위의 이들이 충격적인 슬픔을 갖지 않는 그런 죽음이요.
뭐. 이 모든 것들이
제가 원한대로 이루어질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또 저도 바뀔 수 있겠지만...
저의 바람이에요.
그리고 잡답한 생각들.
그림의 장면을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고 작가의 다른 작품 소개도 할까
했지만
며칠간의 고민은 이런 글을 쓰게
했네요.
혼자서 주절주절.. 하지만 머릿속은 '죽음'에 대해 한 번 더
정리하게 되었어요.
이 글을 작성하는 며칠 동안 쉽게 풀리지 않아서 무거운 머리였어요
제가 상상력이 부족한 이유일 것 같아요. 아니면
논리적이지 못하고 감정적이기만 한 이유일까요.
안녕달의 그림책은 글자가 없어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해요.
다음 그림책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오늘도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