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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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중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희대의 악녀가 등장하는 히가시노게이고의 환야!


"환한 낮의 길을 걸으려고 해서는 안 돼." 미후유가 정색하고 말했다.

"우리는 밤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 설사 주위가 낮처럼 밝다 해도 그건 진짜 낮이 아니야. 그런 건 이제 단념해야 해."

p.334 환야 1


환아(幻夜)는 환상 같은 밤을 의미하면서 결코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없는 복선이 담겨 있기도 하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마사야와 미후유의 첫 만남은 한신 아와지 대지진을 겪으면서 만나게 된다.


오사카 인근의 소도시에서 금속 가공회사를 경영하던 마사야의 아버지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고, 빈소에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방문한다. 그중 얼굴을 내민 고모부의 진짜 목적은 마사야의 아버지가 빌려 간 빚을 받고자 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날, 지진이 일어나고 운 좋게 목숨을 건진 마사야는 대들보에 깔려 아직 살아 있는 고모부를 발견하지만 본능적으로 기왓장으로 머리를 내리쳐 죽이고 만다.


다 끝났다고 생각한 마사야는 눈앞에 미후유가 서있음을 알게 되고 마사야는 자신이 살인한 것을 그녀가 확실하게 본 것일까 하고 전전긍긍하던 와중에, 정신없는 혼란을 틈타 미후유를 성폭행 하려는 자들로부터 구해주게 된다.

도시로의 딸 사키코는 아버지의 죽음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그녀 역시 돈이 필요했던지라 마사야를 압박한다. 마사야의 살인에 관해 중요한 단서가 실려있을지 모르는 재난 당시 비디오테이프를 사키고 보다 먼저 손에 얻게 된 미후유. 그렇게 서로 빚을 갚은 듯 보였지만............


도쿄로 함께 올라오고 나서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그 속에 항상 미후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된 형사 가토는 단독 조사를 벌이면서 퍼즐을 맞춰나간다. 그녀의 희생양인(?), 피해를 보는 새로운 주변 인물들이 뒤이어 등장하지만 빠른 전개 덕에 전혀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눈을 지닌, 남자를 흘리는 외모의 미후유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것도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으면서 말이다. 보는 내내 가토, 마사야만큼이나 그녀의 정체가 궁금해지면서 언제 벗겨지나 하고 눈을 시퍼렇게 뜨고 본 것 같다.

'미후유..그 좋은 머리를 그렇게 썼어야만 했~~~냐!!!(김래원 버전) 그리고 마사야.. 너는 휴.. 더는 말 안 할란다.'

그녀의 색을 탐하다 당한 남정네들은 그렇다 쳐도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이 휘말렸을 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ㅠㅠ

몇 번이나 기회가 있었음에도 미후유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마사야를 보면 또 한숨부터 나오고, 환야는 정말 나를 들었다 놨다 했다. 그 미모와 그 지능을 가지고 그렇게밖에 살아가지 못하는, 미후유의 과거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게 좀 아쉽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방심해서는 안 되는 스토리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암튼 환야는 일본에서 2004년도에 소개된 책이지만 16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전혀 손색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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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차의 애프터 파이브 - 막차의 신, 두 번째 이야기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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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인 단편인 줄만 알았는데 마지막에 하나의 연결고리가 생기면서 감동의 쓰나미를 선사했던 [막차의 신]의 두 번째 이야기 [첫차의 애프터 파이브]이다.

이번에는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과는 달리, 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총 다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신주쿠를 배경으로 8월의 마지막 금요일 밤을 보내는 사람들의 사연을 들려준다. 이 시간대 일하는 혹은 깨어있는 사람들은 어떠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까...?

확실한 건 이들이 나인 투 식스의 삶을 사는 평범한 직장인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표제작이기도 한 <첫차의 애프터 파이브>는 한때 잘나가던 해외 주재원이었지만 가정을 꾸리지 않은 채 지금은 러브호텔 청소부로 일하는 예순 살 소지로의 이야기다.


[얘기를 나눠보면, 고령자는 대부분 건물 청소나 소지로처럼 러브호텔 등에서 허드렛일을 한다. 예순이 넘으면 직업소개소에서도 일자리가 줄어든다. (중략)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일 중에서 이 나이치고는 시급이 괜찮은 일자리를 찾다 보니 러브호텔이 눈에 들어왔다.-p.27]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퇴직하신 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한정적이다. 소지로는 이러한 현실에 순응하고 용기를 내는 인물이라 계속 응원하고 싶어진다.

두 번째 이야기 <스탠 바이 미>는 뮤지션의 꿈을 이루고자 신주쿠로 상경한 로코는 공원에서 우연히 노숙자를 도와주게 되고, 그의 연주 실력을 알아보고 버스킹 할 때 옆에서 기타 반주를 해달라고 제의한다. 새벽 5시, 성공적으로 버스킹을 마치고 두 사람은 헤어지는데.. 로코가 베푼 작은 선행이 노숙자 와타나베에게 전해지는 걸 보면 주변의 따뜻한 작은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

이 밖에 다른 등장하는 인물들도 현실에 타협하여 다른 노선을 걷게 되고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의지하기도 한다. 서로의 사연에 공감하게 되고 그 공감이 독자에게도 전달되는데, 그 과정이 차분하면서 따뜻하다.

삶을 살다 보면 내 의지와는 다르게 삐끗할 때가 있다. 그리고 언제든 누구나 비주류가 될 수 있다. 사실 비주류냐 주류냐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막차와는 다르게 첫차를 놓치면 또 다음 차를 타면 되는 것처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작가는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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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게네스 변주곡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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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처음 본 작가의 이름은 너무도 생소했다.

아무래도 미스터리, 추리소설은 일본이 강세인데다 홍콩 소설가가 쓴 추리소설은 낯설기도 하거니와 그동안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입소문으로 작가의 인기를 실감하게 됐고 대표작 [13·67]보다는 그의 10년간의 자취가 담긴 단편소설 [디오게네스 변주곡]을 먼저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남들에게 인기 있을지라도 나와는 안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단편모음집부터 접하기로 한 것인데, 읽고 나니 잘한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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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목(목차)으로 등장하는 <파랑을 엿보는 파랑>은 임팩트 있는 반전을 선사한다.'아.. 글을 갖고 노는구나'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신선한 전개였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었다. 작가의 의도로 마지막에 배치된 <숨어 있는 X> 도 인상 깊었다. 토론을 통해 학생들 사이에 섞여있는 조교인 X를 찾아내고 이유와 증거를 제시하면 A학점을 준다는 교수! 학생들은 달라진 눈빛으로 토론을 하며 추론을 시작한다. 추리소설의 매력을 발산하는 <숨어 있는 X>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독자의 아쉬운 마음을 알았는지 독자도 함께 참여하여 추리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이런 교양수업이라면 토요일 아침 수업이라도 출석률 100% 자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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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를 포함한 일본 유명 추리소설가는 물론 일본만화, 문학작품 등이 꽤 등장하는 거 보면, 일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찬호께이도 이공계 출신인데, 역시 그러한 강점을 살려 신빙성과 타당성에 맞는 트릭을 기반으로 한 치밀한 구성도 돋보였다.

중간중간에 실린 습작은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단편모음집이지만 추리가 더해진 코믹, 호러, 감동, SF의 소재의 글들은 무겁고 가벼운 정도의 차이로 느껴졌다.

다양한 분위기의 단편 모음 때문인지 살짝 일본판 <기묘한 이야기>느낌도 났는데 대체적으로 기발하고 참신한 소재로 흠뻑 빠져서 본 것 같다.

후기를 보니,[디오게네스 변주곡]인 책 이름에 걸맞게 작품에 따른 배경음악도 작가가 직접 유튜브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디오게네스의 신념으로 글을 쓰고자 하는,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이 엿보이는 찬호께이는 천상 추리소설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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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중 '영감'이 부족해서 애를 먹은 적은 없지만 '손맛'이 없어서 고생한 적이 많다는 글이 눈에 띈다.

단편모음집 [디오게네스 변주곡]은 지금의 찬호께이가 탄생하기까지 10년간의 족적을 담은 것으로 그의 '영감'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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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김지수 지음 / 두사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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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여행서를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삼대가 함께 떠난 여행이야기'는 처음이어서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아버지, 아들, 손자(6세)라...'아...! 벌써부터 어색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이유는 왜일까...ㅎㅎ'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데 과연 남자 셋이 머나먼 미국 땅으로 여행 가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하는 호기심과 평생 가볼 기회가 있을까 싶은 미국 서부여행이기에 이 책은 꼭 읽어둬야겠단 생각을 했다.

​

저자는 어머니를 여의고 회사에서 얻은 안식년 휴가로 여행을 가기로 한다. 처음부터 삼대가 떠날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너무 어린 딸과 휴일이 짧은 아내는 사정상 함께 하지 못하고 그렇게 여섯 살 아들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잠시 살았던 든든한 동행자 아버지와 함께 떠나기로 한다.

우여곡절 끝에 여행 경로와 일정을 준비하고 미국 시애틀에 살고 있는 누나네 집을 베이스캠프 삼아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현장감 넘치는 글들을 보면서 우선 든 생각은 '아......... 너무 힘들었겠다. 그래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삼대가 고스란히 공유하고 그것을 어머니가 하늘에서 바라보셨다면 무척이나 흐뭇해하셨겠다.' 란 생각이 들었다.

​

매형과 번갈아가며 장시간 운전하고 햇빛 알레르기에 고생하기도 하고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아버지를 초조하게 기다리기도 한다. 그뿐이랴.. 먹거리에 대한 아쉬움과 엄마 보고 싶어 하는 아들을 달래고 힘들어하는 아들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이렇듯 여행 중 일어나는 상황들을 보면 우리 인생의 축소판 같다고 느껴진다.

당시엔 힘들고 괴로워도 조금만 버텨내면 아름다운 석양과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 연륜 있으신 분들이 새벽같이 일어나 여행을 시작하시나 보다..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후회하지 않으시려고.

물 흘러가듯 현장감 있게 진행되는 이야기도 좋았지만 중간중간에 실린 풍경 사진들은 거대한 미국 땅의 실체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마 저자 아버지의 멋진 사진 실력이 한몫한 것 같기도 하다.ㅎㅎ

자유여행을 하는데 필요한 정보와 팁, 아이와 미국 여행 갈 때 준비물 및 즐길거리를 비롯해 시애틀 정보 등도 실려있는데 그중 눈길을 끈 것은 미국의 광활한 자연을 예상 가능하게 서울시 대비 면적을 나타낸 표이다. 대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미국 서부는 언젠가 꼭 가야 할 곳이다.

이번여행으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없어지지 않겠지만 아마 삼대 모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이 되었을 것 같다.

허울 좋은 여행이 아닌 날것의 여행이 담겨있어서 좋았던, 진솔한 문체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준 고마운 책이다. 아이가 어서 자라 이 책 처럼 삼대가 여행을 떠나 나만의 시간을 갖는 날이 어서 오기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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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모르는 그리움 ㅣ 나태주 필사시집
나태주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슬로우어스 삽화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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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단 몇 마디의 말로도 심금을 울립니다. 이는 시가 가진 가장 강력한 매력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학창시절 암기에만 급급해서 어렵게만 느껴지던 시에 대한 인상이 바뀐 건 나태주 시인의 시를 접한 이후였습니다.추억을 떠올리면 따뜻해지는데 나태주 시인의 시가 대체적으로 그렇습니다. 배시시 웃음이 나오기도 하면서 한편의 영화 같은 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너만 모르는 그리움]은 신작 포함 미공개 시 30여 편 수록 및 나태주 등단 50주년, 2020년의 첫 필사시집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만큼 매우 알찬 시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시대 최고의 감성 캘리그라퍼 배정애와 추억을 그리는 삽화가 슬로우어스가 참여해서 시각적인 즐거움도 한층 더해졌고, 나태주 시인의 필사도 곳곳에 실려있습니다. 그리고 직접 필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는데 이 점도 참 마음에 듭니다.

시를 필사하다 보면 시를 읽을 때와는 다르게 좀 더 화자의 입장이 되어 마음에 와닿는다고 할까요.. 글자가 밥알처럼 한 톨 한 톨 입안으로 굴러들어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사랑을 시작했을 때의 그 설렘과 떨림은 나이를 먹고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단어라고 느껴졌는데 이 시집을 읽고 다시금 잊혔던 추억과 감정들이 떠올라 반갑기도 했고, 일상에서의 작은 실수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시인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스스로 돌아보기도 했으며, 시인이 노래하는 그리움을 통해 현재의 행복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을 소재 삼은 시들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신기함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TV, 스마트폰을 보면 넘쳐나는 정보들과 각종 검색어에 현기증이 날 때가 있는데 모처럼 시를 읽으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시를 읽는 행위는 눈과 귀가 아닌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통의 장은 많아지고 있으나 질적인 면에서는 퀘스천 마크가 붙는 각박한 사회이기에 이번 나태주 시인의 [너만 모르는 그리움]이 더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릅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시집입니다.

지쳐있던 마음에 생기를 더해줄 나태주 시인의 100편의 시와 함께 특별한 일상으로의 초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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