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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게네스 변주곡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찬호께이...처음 본 작가의 이름은 너무도 생소했다.
아무래도 미스터리, 추리소설은 일본이 강세인데다 홍콩 소설가가 쓴 추리소설은 낯설기도 하거니와 그동안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입소문으로 작가의 인기를 실감하게 됐고 대표작 [13·67]보다는 그의 10년간의 자취가 담긴 단편소설 [디오게네스 변주곡]을 먼저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남들에게 인기 있을지라도 나와는 안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단편모음집부터 접하기로 한 것인데, 읽고 나니 잘한 일 같다.
첫 곡목(목차)으로 등장하는 <파랑을 엿보는 파랑>은 임팩트 있는 반전을 선사한다.'아.. 글을 갖고 노는구나'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신선한 전개였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었다. 작가의 의도로 마지막에 배치된 <숨어 있는 X> 도 인상 깊었다. 토론을 통해 학생들 사이에 섞여있는 조교인 X를 찾아내고 이유와 증거를 제시하면 A학점을 준다는 교수! 학생들은 달라진 눈빛으로 토론을 하며 추론을 시작한다. 추리소설의 매력을 발산하는 <숨어 있는 X>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독자의 아쉬운 마음을 알았는지 독자도 함께 참여하여 추리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이런 교양수업이라면 토요일 아침 수업이라도 출석률 100% 자랑할 것 같다.
에도가와 란포를 포함한 일본 유명 추리소설가는 물론 일본만화, 문학작품 등이 꽤 등장하는 거 보면, 일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찬호께이도 이공계 출신인데, 역시 그러한 강점을 살려 신빙성과 타당성에 맞는 트릭을 기반으로 한 치밀한 구성도 돋보였다.
중간중간에 실린 습작은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단편모음집이지만 추리가 더해진 코믹, 호러, 감동, SF의 소재의 글들은 무겁고 가벼운 정도의 차이로 느껴졌다.
다양한 분위기의 단편 모음 때문인지 살짝 일본판 <기묘한 이야기>느낌도 났는데 대체적으로 기발하고 참신한 소재로 흠뻑 빠져서 본 것 같다.
후기를 보니,[디오게네스 변주곡]인 책 이름에 걸맞게 작품에 따른 배경음악도 작가가 직접 유튜브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디오게네스의 신념으로 글을 쓰고자 하는,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이 엿보이는 찬호께이는 천상 추리소설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 후기 중 '영감'이 부족해서 애를 먹은 적은 없지만 '손맛'이 없어서 고생한 적이 많다는 글이 눈에 띈다.
단편모음집 [디오게네스 변주곡]은 지금의 찬호께이가 탄생하기까지 10년간의 족적을 담은 것으로 그의 '영감'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