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사

국어교사
유디트 타슐러 지음, 홍순란 옮김, 임홍배 감수 / 창심소 / 2021년 12월

국어교사인 마틸다와 소설가인 크사버가 헤어진지 16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교육부가 15개 고등학교에서 창작 워크숍을 개최하여 한 학교당 한 명의 작가가 파견을 가게 되는데, 우연히크사버는 마틸다가 근무하는 학교로 배정받게 된다.

대학시절 만나 14년 동안 사랑한 사이였지만 반가워하는 크사버의 메일과는 달리, 마틸다의 답장은 냉랭하기만 하다.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들이 주고받는 메일을 통해 과거 연애시절과 헤어진 이유에 대해서 알게 되는데, 참.. 그렇게 오래 사귀고 뒤통수를 그렇게 치나 싶었다. 마틸다의 반응이 심히 이해가...

이 밖에 공백 기간 동안 각자에게 일어난 일들을 주고받는데.. 여기서 작가는 한 가지 물음표를 던져준다. 그건 바로 크사버가 마틸다와 헤어지고 부잣집 여자와 결혼해서 아이가 한 명 있었는데 이 아이가 실종된 것이다.

여기에 의문을 품은 마틸다는 크사버와 예전 사귀었을 때처럼 서로 창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를 추궁하기 시작한다.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지... 다시 만난 두 사람의 행보도 궁금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모티브를 가지고 산다. 모티브는 인생이라는 악보와 멜로디를 형성하는 하나의 주제다. 대부분의 경우 모티브는 그 사람의 성장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삶을 통해 퍼져나가고 점점 커져간다.

p.238

이 책은 뭐랄까... 두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인생을 함축해 놓은 책 같다. 크사버의 어머니, 할아버지, 마틸다의 부모님, 형제의 삶 역시 자신들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이다.

이 선택에는 모티브의 영향이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마틸다의 모티브는 '의욕' 과 '우울' 이었으며 크사버는 '허영'과 '우울' 이었다.

늦게나마 자신의 인생 모티브를 자각하면 다행이지만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두 번 살 수 없는 인생에서 진실된 삶이야말로 가장 후회가 적은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두 사람이 들려주는 진실 혹은 거짓 같은 이야기에 눈을 뗄 수 없었던 소설이다. 보편적이고 인간적인 주제를 섬세하고 깊이 있게 다룬 소설이라는 점에 십분 공감한다.

"개개인의 인생에는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어. 중요한 건 그 삶을 통해 써 내려간 이야기이지."

p.268

거꾸로 소크라테스

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우리는 하얀 도화지 같던 어린 시절을 거쳐 어느새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이 생기는 어른이 된다.
경험을 통해 배움을 얻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은 혜안이 될 수도 있지만 때때로 선입관이 되어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 책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다섯 편의 단편으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선입관을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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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가 무슨 뜻일까? 했는데 일방적인 단정을 하며 학생을 평가하는 구루메 선생을 비꼬는 말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구루메 선생은 그 반대, 거꾸로다 해서 거꾸로 소크라테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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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등장하는 구루메 선생님은 선입관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생각해 보면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물로 자신이 곧 정답인 사람이다. '낙인찍기'와 '교사 기대효과'가 맞물리면서 스승의 자질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이 밖에도 책에는 왕따를 당하는 이유를 피해자(왕따)에게서 찾는다든지, 겉모습만 보고 평가한다든지 의붓아버지는 아이를 학대한다는 명제들이 등장한다.


잘 안 되면 나중에 모두에게 사과하면 돼. 실패하면 코치인 내 탓이고 성공하면 너희 실력이니까
p.195

선입관으로 똘똘 뭉친 어른이 있다면 배울점이 많은 어른도 존재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가볍게 읽히지만 자못 진지해지는 책이다. 갈등과 문제가 유쾌하게 해결되지만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생긴 선입관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것이 내 인생과 주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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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기억 파단자

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11월

기억을 못 하는 선‘과 ‘기억을 조정하는 악‘의 흥미진진한 대결 구도

기억 파단자

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11월

기억 파단자는 '기억을 못 하는 선'과 '기억을 조정하는 악'의 대결 구도이다.

길에서 불량배들에게 맞고 있는 친구를 구해주려다 머리를 맞고 쓰러진 니키치는 전향성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 사고를 당하기 전의 일들은 기억나지만 그 이후의 기억은 수십 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니키치는 평소 중요한 정보를 노트에 기록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기억이 리셋될 때마다 자신의 병명을 마주하며 새로이 시작해야 하는 너무도 버거운 삶... 근데 그런 그 앞에 위험한 인물 키라가 나타난다.

키라는 신체 접촉만으로 타인의 기억을 조정하는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 능력을 이용해서 죄책감 없이 절도, 강간, 살인까지 하는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어느 날 이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게 되고 키라의 능력을 먼저 눈치챈 니키치는 자신의 몸을 사리는데 집중하다가 자신이 다니는 화법 교실 여선생이 그의 타깃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니키치는 키라의 증거를 잡고자 노력한다.

몸이 성한 평범한 사람도 맞서 싸우기 힘든 살인마인데...... 이 살인마는 초능력까지 있다. 수십 분밖에 기억이 지속되지 않는 주인공이 이런 살인마와 맞서 싸운다는 설정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근데 바로 이 부분이 이 책의 킬링포인트라는 거. 불가능해 보이는 걸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극복해 나가며 기지를 발휘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하기 전부터 포기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기억이 리셋되어 매번 같은 반응을 보이며 반복되는 점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난 그 반대였다. 전향성 기억 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의 암울한 상황이 잘 전달되고 그걸 바라보는 독자로서 심리적 압박감이 느껴졌다.

사실 이런 소재는 영화로도 많이 나와 식상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존의 영화와는 또 달라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 출판사의 추모글을 보고 작가의 죽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 책 기억 파단자는 아프로스미디어에서 1주기 추모 기념일에 리커버 개정판으로 출간한 것이라고 한다. 그의 데뷔작인 장난감 수리공부터 앨리스를 비롯 도로시, 클라라, 팅커벨 죽이기 시리즈부터 인외 서커스 등 작가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즐겨봤는데 너무 슬프다. SF와 미스터리 장르를 넘나들며 좋은 작품을 계속 내주길 바랐는데...... ᅮᅮ

뒤늦게나마 작가를 추모하며 부족한 서평을 마치려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멘사 지식 퀴즈 1000

멘사 지식 퀴즈 1000 - IQ 148을 위한 ㅣ IQ 148을 위한 멘사 퍼즐
브리티시 멘사 지음, 이은경 옮김, 멘사코리아 감수 / 보누스 / 2021년 11월

예전에는 TV 퀴즈 프로그램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 '퀴즈'란 말 자체가 생소해져버렸다.

엉뚱한 오답 앞에서 함께 웃음 짓던 마음의 여유가 있던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는데... 여기 퀴즈를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면 두 팔 들어 환영할 책 [멘사 지식 퀴즈 1000] 소개하려 한다.

멘사...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그 이름. 멘사=두뇌 천재들의 집합소 아니던가......

지은이 브리티시 멘사는 1960년에 세계 최초로 IQ 148 이상의 천재 집단인 멘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이 책 이름도 자세히 보면 보일랑 말랑 'IQ 148을 위한' 이란 명시가 있다. 아이큐를 보자 문턱이 높게 느껴지지만 어떤 문제들이 있을지 궁금하고 어디까지 풀 수 있을지 스스로 시험해 보고 싶어진다.

멘사에서 주최하는 퀴즈 토너먼트 대회 'THE BRAIN OF MENSA'에 출제된 문제들로 예술, 역사, 과학, 지리, 신화, 인물, 동식물, 스포츠, 음식, 사회, 언어 분야에 걸쳐 천 개가 넘는 퀴즈와 퍼즐이 담겨 있다.

세상은 넓고 풀어야 할 퀴즈는 많다. 배경지식 없이도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답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때 그건 부록처럼 실려 있는 멘사 퍼즐 익스트림에 해당할 것 같다. 그 외는 다양한 분야에 배경지식 있는 분들이 맞출 수 있다라는 것.

[멘사퍼즐 익스트림]

하지만 이제라도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고 두뇌를 확장시키고 싶은 분들이라면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다.

퀴즈를 사랑하는 분들, 멘사 가입을 노리고 계신 분들, 일상에 재미를 못 느끼는 분들도 멘사 퀴즈 한번 풀어보시기를... 정답을 맞혔을 때의 쾌감과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다. (맨뒤에 정답이 친절한 해설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