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페퍼: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아서페퍼-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제목과 대강의 줄거리를 보니, 예전에 영화로 봤던 '오베라는 남자'와 비슷한듯했다. '오베라는 남자'역시 소설이 원작으로, 병으로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직장도 잃게 되면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잃게 된다. 결국 아내를 뒤따르고자 자살을 시도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이웃의 방해로 실패하게 되고, 본의 아니게 이웃들과 엮이면서 죽음이 아닌 빛을 따라 새로운 세상에 한 발 내딛게 되는 내용이다. 빠르고 자극적인 영화에 지쳐있을 때쯤 아무런 기대 없이 본 영화인데 인생 영화라고 할 만큼 값진 영화였기에, 이와 비슷한 소재를 지닌 아서 페퍼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오베와 아서의 공통점이라 함은 실직자란 사실과 아내를 먼저 잃은 배우자의 상실감과 함께 접근해 오는 이웃들을 못마땅해했으나, 결국 사람들과 부딪히며 서서히 슬픔을 극복하고, 알을 깨고 나와 남은 인생을 희망차게 살아간다는데 있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책 모두 다산책방에서 출간했다는 점이다.
다른 점이라면 오베가 겉은 까칠, 속마음이 따뜻하다면, 아서페퍼의 아서는 겉과 속이 자상하고 포옹력 있다. 아서가 오베보다 10살 정도 많은 69세로 오베가 무자식이라면 아서는 자식을 두고 있다. 오베가 아내의 부재로 인해 이전과는 달리, 이웃들과의 마찰로 존재의 의미를 찾고 더 이상 없을 것만 같았던 삶의 기쁨과 행복을 이웃을 통해 되찾은 것이라면 아서는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아내의 참 팔찌를 발견함으로써 팔찌에 달린 참이 아내의 과거와 관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호기심에 참 들을 추적하며 자신을 만나기 전, 몰랐던 아내의 과거를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하마터면 놓칠뻔한, 인생에 있어 진정한 보물들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금 팔찌에 달려 있는 참은 모두 여덟 개로 코끼리, 꽃, 책, 팔레트, 호랑이, 골무, 하트 그리고 반지인데  각 참들의 힌트를 따라 과거의 아내를 알고자 모험을 하게 되는 소재가 무척이나 기발하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또한  삶의 범주 안에서 조용하고 묵묵히 살아온 그에겐 일생 최대의 더할 나위 없는 모험이기에 독자 역시 각 참들에 따라 아내의 어떤 과거가 펼쳐질지, 아서의 모험 또한 궁금해지기에 도중에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p. 368 아서는 게가 있던 자리를 보았다. 어쩌면 나도 이 웅덩이에 갇혀 있었던 건지 몰라. 그가 생각했다. 비록 두려운 미지의 세계일지라도, 나도 바다로 나아가야 해. 그러지 않으면 말라죽어버릴 테니까.

슬픔과 상실감에 이웃과 단절된 채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면, 아서는 자신이 모르는 새로운 세상을 발견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끊임없는 인간관계를 통해 치유되고 성장하게 된다. 비록 배우자를 잃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현재는 미래의 과거이자 과거의 미래이다.' 
과거에 사로잡혀 괴롭고 미래가 불안하다면, '아서 페퍼-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를 권하고 싶다. 그것은 이미 소멸했거나 아직 닥치지 않은 지구의 한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얼마나 값지게 보낼 것인가이다.

p.403 "그 돈을 쓰셔야 해요.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그 돈을 쓰세요. 돈으로 추억을 만들 순 있지만 추억으로 돈을 만들어선 안 되니까요. 골동품 상인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 점 명심하세요, 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