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집
소피 골드스타인 지음, 곽세라 옮김 / 팩토리나인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강렬한 붉은색 바탕에 놀란 눈으로 반쯤 돌아보는 여자의 모습이 의미심장하다. 
표지만으로 이 책의 장르인 SF와 사이코섹슈얼 드라마로서 독자의 구미를 당긴 것에는 성공한 거 같다.
사실 책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의례 소설이겠거니 하고 펼쳤는데 웬걸.. 소설이 아니라, 흑백 형식의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이었다.
이 책의 느낌에 걸맞게 아래 저자 소피 골드스타인을 소개하는 글이 무척 흥미롭다.

지리학적으로는 은하계 안에서 별들의 밀도가 좀 떨어지는 구석에 박힌, 물로 가득한 한 행성의 북반부에 서식하고 있으며, 생물학적으로는 두 발로 걷는 여성 온혈 동물로 분류된다.

이 생물체의 존재방식은 참으로 단순한데, 죽은 동물 가죽이나 식물의 섬유질을 눌러 편 것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다른 이가 그린 것을 보면서 노는 것이 주를 이룬다. 또한 스크린 위에 어룽거리는 빛과 그림자 놀이를 보는 것도 좋아하며, 하루 단위로 8시간에서 10시간에 달하는 동면을 취한다.

서로 어울리지 못해 안달하면서도 파괴적인 성향을 가진 종족 구성원들의 틈바구니에서, 이 개체가 대체 뭘 하면서 살아갈지는 아직 확실히 결정된 바 없다.

저자 소개란 걸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봤을 때는 이 책의 배경 설명인 줄 알았다.. ㅋ
대강의 줄거리는 수녀로 보이는 4명의 여인들이 미개척 행성 마푸Mopu에 도착해서 각자 맡은 식민지 개척. 교육, 연구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곳에서 4개의 눈을 가진 미스테리한 남성 외계인을 만나게 되고 일련의 사건들을 목격하면서 각자 내면에 파동이 일게 된다.
그녀들이 원래 있던 곳은 나름의 원칙과 질서가 있는 "제국"으로 불리는 곳인데 미개척 행성에 오면서
개인의 잠재적 가치관과 욕망이 더욱 드러나게 된다. 자유와 일탈 속에서 절제하고 흔들림 없이 신념을 지킨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을 통해서도 가치관이 흔들리고 그릇된 욕망으로 주변인들에게 피해 끼치는 인물들을 많이 봤는데  이 책에서도 막중한 책임을 지닌 사람에게 있어서 자기 절제와 신념은 빠질 수 없는 덕목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질투와 욕망을 찾아내고 이용하려는 자 역시 등장하는데 이건 아마도 우주 어딜 가더라도 먹이사슬 관계에 의해 지배하는 자와 복종하는 자, 가진 자와 가지려는 자는 출현할 것이다.
성격도 외형도 내면도 다른 여자 4명을 통해서 나는 어떤 내면의 집을 짓고 있는지 고찰해보았다.
잘 지어야 암흑 속에서도 지혜롭게 살아남고 불안한 상황이 와도 파국을 면할 수 있으리라... ㅋㅋㅋ

"여러 번 읽어도 매번 새로운 스토리, 단순하지만 강력하게 각인되는 메시지, 한 컷 한 컷에 담긴 놀라운 은유와 암시"

그림체가 꽤나 굵직굵직 한데다 이렇다 할 설명이 없어서 단숨에 읽어버렸는데 위의 글을 보아하니 다음에 읽을 때는 어떤 느낌을 받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런 불친절한(?)은 책은 덮고 나서 멍 때리지만 독자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의견이 나올 수 있기에 책의 메시지, 은유와 암시를 통해 생각을 공유하는 일이 독자들에겐 또 다른 흥밋거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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