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그곳에서 빛난다 - 제주 하늘 아래 무심코 행복함을 느낄 때
조연주 지음 / 황금부엉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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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우리나라에 속해있지만 언제 가봐도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초등학교 때 제주도를 처음 가서 야자수를 처음 봤는데 그날 이후, 제주도를 떠올리면 두 팔 벌려 맞이해 주는듯한 크고 넓은 잎의 야자수와 깨끗한 바다, 드넓은 모래사장이 보이는 해안도로를 달리던 기억이 나면서 가슴 한편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처럼 첫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데
지금 제주도의 모습은 무분별한 개발로 본연의 아름다움이 훼손되고 있는 것만 같아 걱정되고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몇 년 전 내가, 그리고 바랬던 제주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생각을 할 때면 먹먹해진다.

이 책은 4년째 제주를 연인으로 착각하며 살고 있다는, 제주도에 푹 빠진 작가님만의 색깔이 녹아든 여행 에세이다. 나 역시 작가님과 비슷한 나이의 평범한 직장인으로 멍 때리는 거 좋아하고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촌스러운 사람 중 1인에 속한다.
무엇보다 나는 식탐도 없고 사람이 많은 명소도 달가워하지 않는 성격이라 맛집과 정보가 넘쳐나는 여행서적과는 달리 작가님의 시선을 따라가며 편안히 제주도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여행 에세이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다행스러웠다. 특히 정해진 곳이 아닌 내 발길 닿는 대로 제주를 느끼는 그 여유..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나에겐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동료가 있는데 그 동료는 매년 제주도를 2차례 이상 다녀온다.
세계 일주가 한때 꿈이었던 나는 매번 같은 곳을 다녀오는 그 동료가 신기해서 다녀올 때마다
이번엔 제주도 어딜 다녀왔냐며, 제주도 초콜릿을 받아먹으며 물어보곤 한다.

대답은 늘 비슷하다. 들린 곳 몇 군데를(한라산 등반, 올레길 등) 얘기하며 마지막에 하는 말은
그냥 쉬러 갔다 왔다는 대답이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그 동료에게 있어 제주도가 마치 제2의 고향인 것만 같았다.
괜스레 부러워진 나도 제주도를 고향 삼아 홀로 다녀오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다는 이유로
제주도 여행은 늘 뒷전이었다.
게다가..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장롱면허라는 걸림돌이 날 가로막고 있었다......
제주도는 다양한 이동 수단이 있지만 혼자 차를 타고 유유자적 둘러봐야 그 진가를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난  한동안 제주도를 접고 살았는데 [제주, 그곳에서 빛난다]를 보고 다시금
봉인되어있던 제주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나 아래 작가님의 글처럼 회사생활로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때면 어딘가로 더욱 떠나고 싶어진다.
그런 점에서 여행은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된다는데 있어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특히 제주도는 가깝다는 점에서 매력이 배가 되는 거 같다.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로 엑셀만 밟도록 가용당하고 있다... 그때가 나에게 쉼표가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8282 한국의 직장인들에게는 정말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 하지만 왜 퇴근시간은 82가 아닐까...?ㅋㅋ
진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공휴일마다 공항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걸 보면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여행을 통해 쉼을 찾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는 찾기 힘든 나 자신과의 조우를 여행지에서는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퍼진다.

“늘 살아있는 것도, 살아있지 않은 것도 아닌 애매하고 재미없는 인생을 살았다. 여기저기 남의 인생 근처에서 기웃거리던 날들, 이젠 나 자체로 빛나고 싶다. 그 빛으로 다른 사람까지 빛나게 해주고 싶다.”

주입식 교육을 받고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자존감을 지키며 나만의 인생을 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거 같다. 하지만 남들보다 특출난 능력이 없어도 기적과도 같은 확률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위너가 아닐까.. 그렇기에 나 자체로 빛나고 그 빛으로 다른 사람까지 빛나게 해주고 싶다는 작가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마음을 울린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웃고 행복해지는 것만큼 값진 인생이 있을까..?
힘과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멋진 풍광 사진과 작가님의 살아있는 제주도 에피소드를 접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월화수목금금금을 보내는 직장인인 나에게 있어 다시금 한주를 무사히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고 이제는 이 책을 읽고 용기를 얻어 홀로 제주도 여행을 떠날 그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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