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정해연 작가의 소설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되는 흡입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번 작품도 아쉬울 정도로 후딱 지나갔다. 게다가 이번 책은 두께도 얇아서 더욱 끝나가는 게 아쉬웠다.
<반려, 너>, <준구>, <살 煞> 이렇게 총 3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반려, 너>는 치훈이 기르는 개가 공원 벤치에 앉아 쉬고 있던 정인의 다리를 물게 되면서 애틋한 두 남녀의 썸이 시작된다. 초반에 이런 핑크빛 기류 때문에 로맨스 장르 느낌이 물씬 풍겼지만, 남녀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스릴러 장르로 변주되면서 끝내 경악하게 된다.
다시금 직면한 사회문제를 생각하니 우울하고 화가 나는 이야기였다.
두 번째 <준구>는 가족, 딸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가장의 이야기인데 누구를 믿고, 믿지 말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준구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 느꼈던 바, 결국 선택은 나의 몫이 아닌가 싶다. 현장감 느껴지는 생생한 묘사가 단편영화를 방불케 했다.
마지막 <살 煞>에서는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첫째 딸, 수영이 원인 없이 앓기 시작하는데,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의문의 남자로부터 심상치 않은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가족 중 누군가가 수영에게 살을 날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 누군가를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잔인하고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