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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평점 :

요네자와 호노부는 2021년 <흑뢰성>으로 일본 문학 시장을 석권한 작가이다.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흑뢰성은 역사 미스터리라 엄두가 안 나던 찰 나, '경찰 미스터리'인 최신작<가연물>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대도시와 인적이 드문 군마현 도네 경찰서. 군마 현경 수사 1팀을 이끌고 있는 가쓰라 경부는 잠도 거의 못 자고 빵과 커피로 때우며 종횡무진 사건을 해결한다.
흉기의 출처가 궁금해지는 <낭떠러지 밑>, 다수의 교통사고 목격 증언이 일치하는데 오는 위화감의 정체가 궁금한<졸음>, 사람들 발길이 잦은 산책로에서 발견된 토막 시신 <목숨 빚>, 주택가 연쇄 방화의 동기가 궁금한<가연물>, 인질 사건 증언 속 감춰진 진상을 다루는 <진짜인가>를 포함한 총 5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가쓰라 경부와 마찬가지로 독자도 동일선상에서 공평하게 주어진 증거를 갖고 추리를 할 수 있다. 기타 다른 작품들을 보면 그 안에 개인사와 감정선들이 섞여 있는데 이 작품은 인물간의 농담이나 다른 얘기는 일절 하지 않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에만 주력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수수께끼와 단서가 주어지고 가쓰라 경부의 조사와 검증을 관통하는 논리만이 존재할 뿐이다.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만 글이 나열되기 때문에 독자 역시 '사건' 그 자체에 집중하며 읽게 된다.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고 간부나 부하들에게 좋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수사능력 하나만큼은 뛰어난 가쓰라 경부는 마치 AI와도 같다. 아마 그런 캐릭터 성격 때문에 더 담백한 경찰 미스터리 소설로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가쓰라 경부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