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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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사형에 이르는 병]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가 구시키 리우.

잔인은 둘째치고, 연쇄살인범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어서 작가님께 실례 혹은 칭찬의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작가님의 정신세계도 보통이 아니겠구나.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암튼 그 정도로 뇌리에 남는 작가였기에 이번에 나온 작품도 궁금해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30년 전인 1987년,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의 공범인 가메이도와 이요.

사형 판결을 받은 두 사람 중 가메이도는 구치소에서 병사한다. 당시 이 사건의 서류 업무를 담당했던 '세이지'는 이와 같은 내용을 기사를 통해 알게 되고, 내내 마음에 걸려 있던 사건이었음을 상기한다.

이렇다 할 증거는 없었지만 두 사람의 자백과 구식 DNA 감정 결과로 유죄 판결이 난 사건으로 두 사람의 성향을 봤을 때 어린 소녀를 계획적으로 유괴하고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것에 세이지는 위화감을 느꼈다.

30년이 지나 은퇴한 '세이지'는 이 사건을 다시 재조사하기에 이르고, 여론몰이를 위해 손자와 손자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다시금 이 사건은 세간의 관심을 받는데 성공한다. 이 책은 과연 두 사람은 무죄일지, 진실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아동 성폭행, 유괴, 살해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적나라하고 잔인해서 그 부분에 있어서는 한 템포 쉬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극악무도한 인간성을 상실한 살인범의 태생이 어떤 것일까.... 선천적인 사이코도 존재하겠지만 가정, 부모 역할의 중요성도 크다는 걸 다시금 실감한다.

첫 장에서 삼각붕대를 한 채, 아이에게 짐 싣는 걸 도와달라고 해서 유괴하는 장면을 보며 CCTV도 없던 시절에는 이런 범행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장에서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면 안 된다. 곤경에 빠진 사람을 보거든 도와주라고 했던 선생님의 말에 고민했던 소녀를 보며 제발 따라 가지 말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낯선 어른은 도와주지 말자. 어른은 어른이 도와준다.' 지금은 유괴 예방법이 잘되어 있긴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가정에서도 다시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450페이지로 제법 긴 분량이지만 길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한 책이다.

이 책을 포함해 국내에 이제 겨우 2권만 소개되었는데 다른 저서도 출간되어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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