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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평점 :

실로 오랜만에 접하는 법정 스릴러 소설이다.
존 그리샴은 변호사 출신의 작가인데 물 만난 물고기와 다름없을 정도로 이번 작품에서도 그 역량을 십분 발휘한다.
주인공인 '컬런 포스트'는 수호재단이라는 비영리 단체에서 변호사로서 무고한 장기수들의 결백을 증명하는 일을 한다. 억울하게 사형에 처해질지 모르는 한 의뢰인 듀크 러셀의 상황을 보여주며 긴장감 있게 시작한다.
비영리단체이다 보니 재정적으로 상황이 좋지 못하기에 오로지 숭고한 신념 하나로 일하는 포스트의 모습은 악랄한 범죄자들과 더욱 대비되어 심도 있게 그려진다.
초반에 나오는 듀크 러셀 외에 현재 그가 맡고 있는 다른 억울한 의뢰인들의 이야기도 들려주는데 그중, 중점 있게 다루는 건 '퀸시 밀러' 사건이다. 살해당한 키스 루소는 과거 퀸시의 이혼소송을 맡았던 변호사로 퀸시가 루소에게 불만을 품고 그를 살해한 걸로 추정한다. 당시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여러 증언들과 플래시에 묻은 혈흔에 대한 전문가의 주장으로 유죄가 인정되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2년째 수감생활 중인 퀸시 밀러는 자유를 누릴 수 있을지... 아니면 반전으로 그가 진짜 범인인 건지 궁금해진다.
나쁜 놈들도 너무 많고 넘어야 할 산도 많아서 이거 너무 힘겨운 싸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신분과 권위를 이용해서 조용히 빠져나가는 인물인데 읽는 내내 과연 잡힐까... 잡혀야 할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무고한 사람을 구하는 데 있어 그 수가 재정과 비례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치밀한 구성 덕분에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 하는 무고한 죄수 입장에서도, 그들을 돕는 단체와 변호사 입장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소설 특성상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끊어 읽다 보니 이름이 간혹 헷갈리지만,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