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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평점 :

너의 그 분신에게 모든 것을 책임져 달라고 하는 건 어떨까. 네 내면의 음울한 부분 모두를. 그 분신은 아직 미숙한 너의 자아에 들어온 이물 異物이야.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p. 9
정신과 의사와 대화하고 있는듯한 소년의 이름은 신견이다.
필요할 때마다 의지했던 그의 또 다른 분신이었던 'R'이 있었지만,
어느덧 소년은 무사히 성장하여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면서 한 여자를 알게 된다.
그녀는 22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종이학(히오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당시 그녀는 12세였다.
초동수사를 제대로 했더라도 과연 해결되었을지 의문인 이 사건은 밀실 살인,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구타당한 흔적이 있는 아빠와 오빠(15세) 그리고 범행 현장에는 시체를 장식한 것처럼 엄마 유리의 사체가 312개의 종이학에 파묻혀 있었다.
암울한 분위기의 신견은 본능처럼 이 사건을 추적한다. 운 좋게 생존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해 보이는 그녀. 그리고 그녀를 향한 감정이 '사랑'인지 어떤 건지 의도를 모르겠는 신견.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결이 비슷해 보이는 그들을 보면서 아슬아슬하면서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작가의 독창적 의식의 흐름이 [미궁]과 맞물려 흘러가면서 어느새 과거 '종이학 사건' 보다 현재 그들의 입장이 궁금해진다.
미궁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기까지... 종이학 사건의 단서를 토대로 추리하면 할수록 상상력이 끝없이 펼쳐져 스스로가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던 작품이다.
악(惡)을 탐구해 온 저자는 실제 자신의 내면에 존재했던 'R'을 이번 작품에 투영시켰다고 한다.
일본 특유의 기이한 분위기와 심리묘사가 돋보였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