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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부터의 탈출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2월
평점 :

이 책은 고바야시 야스미 작가의 생전 마지막 발표작이다.
장난감 수리공을 시작으로 앨리스 죽이기를 비롯한 죽이기 시리즈, 기억파단자, 인외서커스 등 접할 때마다 그의 독창적인 세계관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미래로부터의 탈출] 역시 고바야시 야스미 스타일이 묻어나는 SF 미스터리였다.
어딘지 모를 곳으로, 무언가로부터 쫓기고 있는 사부로의 탈주극은 시작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100세 정도로 가늠되는 사부로는 정체 모를 시설에서 지내고 있는데 완전히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미지의 언어를 사용하는 이곳 직원들과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지만 이들은 사부로를 포함한 거주자들에게 언제나 적확하게 대응한다.
이 메시지를 봤다면 신중하게 행동하라.
메시지를 봤다는 걸 들키면 안 된다.
여기는 감옥이다. 도망치기 위한 힌트는 여기저기에 있다.
조각을 모아라.
p.34
이 시설에 왜 들어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부로는 어느 날, 일기장에 적힌 메시지를 보고 이 시설에 의문을 품게 된다. 누군가 남긴 암호의 조각을 찾아내면서 '협력자'가 있음을 확신하게 되고 고민 끝에 탈출을 위한 동료를 만들기로 한다. 그리하여 결성된 헌드레즈 멤버는 사부로를 포함해 정보 수집 담당 엘리자, 전략 책정 담당 도크, 기술 및 기계 담당 밋치 총 네 명이다. 어느 날 도크에 이어 엘리자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지만 그들은 사부로를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이 삭제됨을 알게 된 사부로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는데... 그들은 과연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시설의 비밀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사실 여기까지만 봤을 때는 어디서 많이 본 내용이다. 하지만 정신없이 사부로의 활약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색에 잠기게 되고 예측불가한 고바야시 야스미만의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늘 도전하는 데서 낙을 찾는 사부로의 모습은 투병 중에도 펜을 놓지 않는 작가의 모습과 많이 닮은 듯해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경이로운 세계관을 보여준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직 못 본 그의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