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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여백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평점 :

한편의 안타까운 학원 미스터리물이다.
여덟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빠와 단둘이 살아가던 '가나'가 교실 난간에서 추락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평범한 여고생 '가나'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동물 행동 심리학을 전공한 가나의 아빠 '안도'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중, 뒤늦게 딸의 사고를 알고 충격에 빠진다. 현재 사고와 자살, 양쪽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라는 경찰의 말.... 망연자실해 있는 안도에게 유일하게 친구 한 명이 집으로 찾아오면서 가나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 그 진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미소녀 사키와 사키의 베프가 되고 싶었던 미호. 그리고 이제 와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웠던 가나. 가나의 죽음이 너무 황망스럽게 느껴졌지만 친구가 전부인 그 시절을 지내온 '여자'라면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 싶었던 책이다.
진실을 쫓는 안도와 마지막까지 철저히 자신만을 생각하고 타인을 이용하는 인물 그리고 인간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나에'를 통해 인간이 지닌 공감과 인간성도 한 번쯤 떠올리게 된다.
처음엔 독특한 캐릭터인 '사나에'가 사건을 푸는 열쇠로 활약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라는 점. 작가가 이 캐릭터를 통해 말해주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자극적이거나 큰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지 않음에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인물들의 디테일한 심리묘사와 예상치 못한 반전..
안도와 사나에의 심정이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인간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고, 뭘 무서워하고, 뭘 잘하고, 무슨 버릇이 있고, 뭘 생각하고, 뭐에 웃었는가.
p.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