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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코가 석 자입니다만
지안 지음 / 처음북스 / 2021년 3월
평점 :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어본 지가 어느 때인지 가물가물하다.
만남이 쉽지 않다 보니 더욱 고립되는 것 같고 봄은 왔는데 마음은 아직 겨울인...
그렇다.. 이 증상은 누군가의 얘기를 들을 때가 온 것이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줄 에세이가 매우 고프다.
[제 코가 석자입니다만]은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다들 그렇게 살아가...'라고 말해주는
솔직하면서도 유쾌한 일상 에세이다.
연예인 걱정은 사치라는 걸 뻔히 잘 알면서, 가끔 잊곤 한다. 제코가 석자란 사실을..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뒤늦게 웃음이 나온다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25년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
일보다 사람이 어렵다는 회사 생활에서 버릴 사람부터 거둬내야 좋은 사람 하나쯤 챙길 수 있다는 이런저런 사실을 포함해 그녀의 크고 작은 경험담들을 통해 나답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오빠의 죽음을 겪고 "내일 이 사람을 보지 못하게 되더라도 후회 안 할 자신이 있는가?"라는 기준에 따라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주다는 저자의 말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영화나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고 나서야 결심하지만 이내 곧 잊어버리는 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정답이 없는 인생....
나는 후회를 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되짚어 본다.
그리고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도 좋지만
나는'나'로서 '나'를 얼마나 잘 챙기고 보듬어 주고 있는 걸까...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내가 유한한 시간 안에서 나를 돌아봐야 한다.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 매일이 똑같아서는 답이 없다. 하지 않은 것을 시도하고, 불안한 마음을 숨긴 채 새로운 길을 걸을 때에만 달라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글에서 묻어 나오는 저자의 성격은 시크하면서도 정이 느껴진다.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나의 지난 경험도 되살아나 공감이 되면서도 뼈를 한대 맞은 느낌이다.
뜨끔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이 세상의 많은 엄살쟁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