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은 드라마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이름이.. 참 길다.
이 책도 제목만 언뜻 봤을 때는 자기계발서, 에세이 쪽인 줄 알았다. ㅎㅎ
저자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인데 표지 문구대로 '현실감성'을 잘 그려내었다.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과거 지인이 등장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혹은 잊고 지냈던 과거가 현실에서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를 잘 보여준다.
1. 동기 나베의 신부
대학 학창부 동기로 유독 여자들과 잘 어울렸던 나베가 졸업한 지 7년 만에 결혼 소식을 전한다.
여자친구들은 나베 약혼녀의 무례한 언행과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채고 정상이 아님을 느끼고 그들을 험담하기 시작한다.
"친구이긴 한데, 나베는 늘 누군가의 '일순위'가 되길 원했어.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었던 거야. 우리는 그를 '일순위'로 삼지 않았지만, 그 약혼녀에게 나베는 지금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잖아. 그러니 우리가 아무리 말해봤자 와닿지 않을 거야."
p.43
그렇다.. 본인이 행복하고 좋다는데 상대방을 걱정한답시고 험담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그저 그의 행복을 빌어줄 뿐.

2. 돋보이지 않는 아이
국민적 아이돌 그룹의 일원인 다스쿠가 텔레비전 프로그램 차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를 방문해, 당시 스승이었던 미호를 만나 놀라운 대화를 하게 된다.
미호를 당혹스럽게 하는, 너무 세심해서 베일 것 같은 다스쿠와 두 사람의 상반된 기억을 통해 '침묵은 금이다'라는 속담이 생각났던 에피소드이다. 대화 내내 흐르는 긴장감은 미호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참으로 뻔뻔스럽다. 그들의 입에서 나온 다스쿠의 이야기는 죄다 전해 들은 것이지. 그들의 체험과 추억이 아니다. 죄다 다른 사람의, 요컨대 미호의 추억이다.
참으로 뻔뻔스럽다. 그들의 입에서 나온 다스쿠의 이야기는 죄다 전해 들은 것이지. 그들의 체험과 추억이 아니다. 죄다 다른 사람의, 요컨대 미호의 추억이다.
3. 엄마, 어머니
스미와 히로는 초등학교 교사로 친밀한 사이이다. 히로는 스미의 집에서 스미가 성인식 날 연보랏빛 전통의상 후리소데를 입고 찍은 사진을 보게 된다. 스미는 당시 후리소데와 관련해서 어머니 얘기를 꺼내는데 대화를 나눌수록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에피소드 중에 가장 섬뜩하면서 부모와 자식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인생은 길어. 어른이 된 자식에게 자신이 한 일을 인정 받지 못하면, 막상 대등한 관계가 되었을 때는 자식한테 버림받게 되지. 고맙다는 말도 못 듣고, 살갑게 다가와주지도 않아. 보호자와 피보호자는 언젠가 간병을 받게 되는 사이로 역전되거든."
"인생은 길어. 어른이 된 자식에게 자신이 한 일을 인정 받지 못하면, 막상 대등한 관계가 되었을 때는 자식한테 버림받게 되지. 고맙다는 말도 못 듣고, 살갑게 다가와주지도 않아. 보호자와 피보호자는 언젠가 간병을 받게 되는 사이로 역전되거든."
4. 사호와 유카리
초등학교 시절 늘 인기 있었던 사호와 그와는 반대였던 유카리.
지역 잡지 편집자인 사호는 학원계의 유명인이 된 유카리를 인터뷰하게 된다.
불리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유카리에게 계속 물먹는 사호를 보며 괜히 나까지 얼굴이 화끈거렸던...
과거는 과거로 끝날 수도 있었건만 다시 과거로 회귀한 유카리와 사호를 보며 안타까웠던 에피소드였다.
미성숙한 시절을 지나 어엿한 어른이 된 두 사람이지만, 과거 기억 속 자리 잡은 두 사람의 관계가 현재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섬세하고 날카로운 필력은 읽는 내내 숨을 참게 된다.
각기 다른 관계를 통해 과거의 일이 현재에 어떻게 이어지는지 무척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