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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0년 8월
평점 :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미스터리 소설"
1988년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 읽어도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스스로 놀란 책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첫 장에 죽은 유카리의 소식이 실려있어 '유카리는 어떤 인물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자살일지 타살일지, 타살이라면 그녀를 죽게 만든 범인은 누구일지, 뇌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유카리는 결혼한 지 8년이 되었지만 아이가 없어 시어머니의 압박을 느낀다. 그나마 남편과 사이가 좋으면 모르는데 동거인 느낌으로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느 날, 남편에게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가출한다. 그리고 어느 날, 어선에 의해 발견된 시신이 '유카리'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녀들의 범죄]에 나오는 그녀들은 30대 초중반의 나이로 결혼을 하거나 하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프러포즈 받아서 결혼을 한 유카리
어쩌다 보니, 타이밍을 놓치고 결혼에 더 집착하게 되는 마유미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약혼을 파기하고 살아갈 의욕을 잃은 미도리
의사와 결혼해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지만 '부부'라고는 볼 수 없는 '하녀'같은 생활을 하는 유카리도, 결혼행 마지막 티켓이라 생각하고 나쁜 남자에게 집착하는 마유미도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눈길이 가는 캐릭터는 미도리이다. 부모를 잃은 슬픔과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긴 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벗어나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유형이다.
[1부-그녀들의 사정]을 통해 그녀들이 현실에 처한 위치, 고민, 현재와 과거사를 들려준다. 그녀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말이나 행동은 전혀 낯설지 않다. 지금도 여전히 자행되는 것들이다. 여자라면 공감할 상황에 따른 심리 묘사와 대사가 섬세해서 금방 빠져들게 된다.
[2부-그녀들의 거짓말]에서는 사건의 진상을 찾으려 노력하는 형사들의 움직임이 주를 이룬다. 독자 역시 형사들과 함께 경우의 수를 두고 추리를 시작하게 된다. 막바지쯤 반전이 등장한다.
[3부-그녀들의 비밀] 그녀들의 거짓말과 감추고 있던 비밀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초반에 몰입하며 읽었지만 중반부터 살짝 늘어지기 시작하면서 후반부에는 자꾸 반복되는 상황 설명에 좀 지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추리, 스릴러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면 말이다.
벌써 서른넷이잖아요? 이런 말을 내가 하기는 좀 그렇지만 빨리 결혼하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무슨 상관이람. 내가 왜 이 남자한테 이런 말을 들어야 하지?
p.11
좀 그러니까 제발 그 입 다물라.. 다물라..
"얘, 이 무조림이 좀 싱거운 것 같구나."
시어머니인 진노 모토코의 지적을 들은 며느리 유카리는 우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해요."라고 말한 다음 무조림을 한 입 먹어 보았다.
p.16
음식 갖고 트집 잡는 시어머니... 어딜 가도 있구나 싶었던, 다른 점이라면 우리나라였다면 "애미야, 국이 짜구나."가 되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