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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방 - 유품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
고지마 미유 지음, 정문주 옮김, 가토 하지메 사진 / 더숲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과 죽음 그 간극에 대하여"
어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미니어처' 하면 귀엽고 아기자기한 소품 등을 연상하게 되는데 저자는 이 미니어처를 활용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거부감 없이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떠난 자의 마지막 공간을 재현하면서 말이다.
유품 정리 현장에서는 일단 유족의 감정을 헤아리는 일이 중요하다. 유품을 정성스레 다루는 것은 물론이고 고인이 꽁꽁 챙겨 둔 귀중품(통장이나 부동산 매매 계약서등)을 산더미 같은 처분 물품 사이에서 찾아내 유족 손에 건네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이 일을 해내지 못하면 제대로 된 유품정리인이라 할 수 없다.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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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하게 느껴지는 유품정리사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저자는 고독사로 생을 마감할 뻔 했던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이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현장사진보다 거북함이 덜한 미니어처를 전시하며 '고독사'와 '죽음'은 남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자 한다.
책의 두께는 엄청 얇다. 기껏해야 139페이지로 미니어처 사진들을 제외하면 더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책 두께만큼 가볍지 않다.
특수 청소(죽은 사람 집을 청소), 쓰레기 집 청소, 유품정리일은 100명 중의 99명이 금세 그만둔다고 한다. 그만큼 웬만한 직업정신 갖고는 하기 힘든 일이다. 반려동물과 시신이 남긴 오물과 악취도 그렇지만 그곳에 남은 체액과 흔적들을 처리하는 일은 가히 상상이상이다. (물론 그녀는 인간의 이면을 마주할 때 가장 괴롭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작가는 스물두 살 때부터 이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창 멋부리고 깔끔 떨고 새침해 할 그 나이에 말이다. 그런 그녀에게 경외심이 느껴진다. 그녀가 전하는 메시지를 알고 나니 더욱더 말이다.
고독사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물론 책은 고독사 말고도 자연사, 자살한 사람, 그리고 개인 사정으로 집안에 쓰레기를 방치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남은 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렇다 보니 어두운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떠난 자의 마음 아픈 상황들도 그렇지만 고인의 값나가는 유품을 노리는 사람들, 사고 물건 딱지가 붙어 난감한 집주인의 상황, 고액의 수리 견적 때문에 상속 포기를 하는 유족, 남겨진 반려견들의 살처분 등 이 책을 몰랐다면, 앞으로도 모르고 살았을 남은 자의 이야기들 말이다.
이 일을 하면서 괴로운 점은 오물도, 극심한 악취도, 벌레도 아니다. 인간의 '이면'이 드러나는 순간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저 물건이 되고, 돈이 되어 버리는 걸까?
아끼던 물건, 가족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생판 남에게 도둑맞지 않으려면 미리 대책을 세우는 것이 좋을 듯하다.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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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고독사는 남의 얘기인 양 금세 잊는다.
여덟 점의 미니어처와 함께 떠난 자와 남은 자의 이야기를 보니, 소통의 중요성과 주변의 작은 관심이 더욱더 필요한 세상임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