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변주곡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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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안드레 애치먼은 [그 해, 여름 손님]이란 작품으로 우리나라에 이름을 알렸다. 영화 Call Me by Your Name으로도 만들어졌는데 보진 못했었다. 그러다 이 책 [수수께끼 변주곡]으로 먼저 만나게 되었는데, 사실 가독성이 뛰어난 책을 주로 보다가 끊임없는 감정선과 디테일한 묘사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우스갯소리로 처음에는 내가 책을 읽는 건지, 책이 나를 읽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금세 흐트러져서 뒤로 가서 다시 읽기도 하고 수차례 본의 아니게 밀당 아닌 밀당을 하면서 점차 익숙해졌다.


제목이 왜 [수수께끼 변주곡]일까? 하고 알아보니, 수수께끼 변주곡은 에드워드 엘가가 작곡한 가장 유명한 대규모 관현악곡으로 음악뿐만 아니라 주제 속에 숨겨진 수수께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변주부 하나하나가 그의 가까운 친구를 묘사하고 있다고 하는데 작가가 이 점을 착안한 걸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랑이라는 주제로 《첫사랑》부터 《봄날의 열병》, 《만프레드》, 《별의 사랑》, 《애빙던광장》까지 총 다섯 편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이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너무 섬세해서 베일 것 같은 작가의 표현이 때론 압박처럼, 때론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어떻게 끝이 날까?' 하는 계속된 호기심으로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수수께끼 변주곡이란 이름에 걸맞게 각 다섯 편이 독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의 연장선상에 너울대는 사랑의 음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에겐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동성애도 '사랑' 이란 이름 안에서 교집합이 되어 사랑을 하는 '마음'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책을 덮자 얼굴이 잘린 채 나란히 서 있는 두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윽고 《첫사랑》에 나오는 '그' 두 사람인걸 알았을 때 다시 한번 정독해서 읽고 싶어졌다.


p.250 후회는 오래전에 잃어버렸지만 사실은 애초에 갖지 않았던 것들을 고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후회 사이에서 괴로워하며, 그것은 하지 않아 회한이 밀려오는 일에 치러야 하는 대가이자 한 일에 대해 치러야 하는 대가라고. 후회 사이에서 시간은 편안하게 농간을 부린다.


p.325 소리치고 싶었다. 너하고 있으면 남들이 내 삶이라고 부르는 걸 죽음에서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와 있을 때를 제외하고 내 삶은 늘 죽음을 향한다고. 내 삶을 보노라면 모든 실수와 기만을 없었던 일로 한 뒤 다시 시작해서 모든 것을 새로이 하고 시계를 되돌리고 싶어진다고.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칙칙한 외양이 아니라 내 삶에 진짜 얼굴을 주고 싶다고, 그런데 왜 나는 지금 너에게 말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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