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코시건 시리즈의 1권을 종이책으로 주문 넣었으나, 요즘 기본 +1일인 택배회사의 사정 덕분에.
마일즈의 부모인 아랄과 코델리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1,2권을 건너 뛰고
본격적으로 마일즈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3권부터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현재진행형으로 괴로워하는 게 취향인 탓에
(같은 의미로 퍼슨오브인터레스트의 해롤드도 대단히 좋아한다♡)
마일즈의 설정을 접한 것만으로도 두근두근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태아 때 당한 독테러의 후유증으로
뼈가 쉽게 부러지는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그 탓에 현재 겨우 149의 키를 가진
늘 통증에 시달려온 노숙한 황족(보르)이라니!!!
그러나 정작 본문을 읽기 시작한 나를 사로잡은 건 마일즈보다 아버지인 아랄 제독이었다.
다들 황제가 될 거라 예상한 것과 달리 어린 황제의 후견인이 되었던 전섭정이자 현총리.
전쟁과 내전에서 바라야 행성과 황제를 승리로 이끈 구국 영웅이며
타행성까지 명성이 자자한 전략의 천재.
그리고 고립의 시대 철저하게 계급제 사회였던 바라야에서 극변하고 있는 사회의 핵심주역.
이런 넘쳐나는 카리스마의 아랄 제독이
하나 뿐인 아들, 마일즈의 독보적인 트러블메이커 기질에 울고 웃고 하는 모습에 그야말로 격침당했다.
덤으로
자신을 노린 테러의 유일한 희생자가 된 아들에게 한없이 미안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몸부림치는 아들의 관계는
언제 맛보아도 참 맛있는 부분이다.
더불어 사고를 쳤다하면
반역죄에 해당하는 일을 저지르며
또 그만큼의 공을 세우는 아들에게
휘둘리는 아버지에 이르러선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된다.
만신창이가 된 마일즈의 모습에 안쓰러워하면서도
최고사령관으로써 자제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아랄 제독의 매력에 흠뻑~
사실 신체적으로 뛰어나지 못한 주인공이
재치와 말재주로 주변을 홀리며 온갖 역경을 이겨내는 건.
이미 <하얀늑대들>에서 한번 접했기에...
어떤 의미에선 신선하지 않지만.
물론 나오긴 보르코시건 시리즈가 훨씬 먼저고, 배경도 판타지와 SF로 갈리지만
먼저 접한 게 하얀늑대들인 고로 비교하게 된다.
(이 비교는 주로 마일즈가 사기에 가까운 전략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때 하게 된다.)
그러나 보르코시건의 재미는
방대한 설정과 인물이 사건과 맞물려
시리즈물 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린 데 있다.
덕분에 시리즈 단 두편만으로도 빠져들기 충분했다.
구석구석 맛있는 부위가 너무 많아
권당 페이지가 꽤 되지만 손에서 놓을 수 없다.
더불어 2권부터 전자책으로 구입한 것이 후회된다.
이런저런 재미있는 부분을 다시 곱씹으며 즐기기엔 종이책 쪽이 압도적으로 좋기 때문에ㅠㅠㅠㅠ
혹시라도 보르코시건 시리즈를 접할 예정인 사람에겐
꼭 종이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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