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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나 - 나를 인정하고 긍정하게 해주는 힐링미술관
김선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명화는 참 흥미진진한 소재이다. 명화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고, 그것을 조금씩 찾아보는 것도, 말하지 않는 부분을 상상하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저자의 전작인 <그림의 힘> 시리즈를 읽을 때, 다른 것을 다 떠나서 명화를 편하게 접근해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도판의 인쇄질이 뛰어나 한마디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내용은 좀 식상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을 상쇄하고 남을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세 번째까지 그러지 못했다.
같은 시리즈는 아니지만, 나에겐 같은 시리즈나 다름없이 느껴졌고, 그랬기에 구입했다. 그러나 저자에 대한 강한 선입견이 몰입을 방해한 것인지 어떤지 좀처럼 내용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물론 책 자체는 술술 읽어져 금방 읽었다. 그런데 강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보다는 그냥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란 말이 더 많이 떠올랐다. <그림의 힘>부터 <그림과 나>까지. 짧은 기간 내에 여러 책이 나온 것을 상술이라 여겼기 때문인지 읽기도 전부터 눈초리가 삐딱해졌다. 딱히 사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제 판단으로 사 놓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참 무책임한 발언이다.
도판 외의 텍스트 부분은 늘었다. 그러나 내용이 깊지 않다. 애초에 그림의 힘 시리즈에서 편하고 가볍게 명화를 접할 수 있는 부분을 장점이라 평하면서도 그 가벼움을 비난하고 싶어지는 건 괜한 심술일까?
어쩌면 작아진 도판에 보는 재미가 줄어 실망이 커졌기 때문에 불평이 늘었을지도. 출판사가 다르고, 가격이 더 저렴해진 분만큼 도판에 정성이 덜어졌는데, 기대만큼은 높았던 탓이렸다. 사실 전반적으로 작아졌다 해서 이 책이 다른 책과 비교해 도판이 작은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림의 힘과 비교해서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책과 저자에 대한 인상이 나빠진 데에 대해 굳이 꼽자면 자신감을 부르는 얼굴, 타마라 드 렘피카의 '녹색 부가티를 탄 타마라' 챕터를 들어 이야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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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과거 충격을 받았던 작품으로, 1920년대,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인 사회에서 당당히 전통적인 여성상을 파괴하는 작가의 강한 정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같은 여성으로서 이해도 되지만, 아무래도 여성 운전자가 이미 흔한 지금의 풍경에 익숙한 내 눈에는 전통 파괴의 상징이라기 보다 실제 자신의 차가 아닌 부의 상징인 부가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되레 빈약하고 자신감 없어 보인다. 저자는 렘피카가 자화상에 부가티를 상징적으로 그려 넣음으로써 자신의 명성에 대한 프라이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여자로서의 자신감과 당당함을 표출했다고 평한다. 하지만 나는 정반대로 현대의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혐오로 느껴지는 것이다.
같은 것을 보고도 전혀 다르게 이해하는 것이 인간인데,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건 단순히 내 내면이, 경험이, 지식이 좁은 탓이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글에서 묻어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현재까지도 유행하고 있는 자기계발서의 자기 자랑 같은 책들의 홍수 속에서 데인 경험은 그 마저도 나쁜 인상으로 끌고 가는 거 같다.
더불어 전부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가령 피카소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당초 <그림과 나>를 구입하게 한 가장 결정적 이유는, 저자의 명화 선택 센스를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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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젊었을 적과 나이 든 후의 자화상 비교이다. 피카소 하면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천문학적인 작품 가격을 자랑하는,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그림의 화가란 이미지 뿐이었는데, 이런 자화상을 그리는 사람이었구나 싶으니 한순간 멀었던 거리가 조금 줄어든 기분이 들었다.
화가의 자화상과 그것을 통한 화가의 심리를 엿보는 부분은 분명 흥미롭고 신선했다. 그부분을 조금 더 깊이 다루었다면 훨씬 좋았을 거 같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