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예정일을 훌쩍 넘겨 뭉크 화집이 드디어 도착했다.
신나서 상자를 얼른 열어 꺼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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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창고 깊숙이 박혀 있는 걸 꺼내온 듯한 꾀죄죄함.
그,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내용이니까ㅠㅠㅠ
최근 화집 종류 열심히 사고 있지만,
인터넷서점에서 바로 구입하다 보니 실패율도 꽤 높다.
책은 역시 서점에서 직접 만져보고 사야....ㅎㅎ
책 판형이 작아서 혹은 편집상 감상하기에 시원찮은 책도 있고,
인쇄질이 그다지 좋지 않아 화가 특유의 색감이 죽어버린 것도 있었다.
특히 화집 종류를 많이 내기로 유명한 모출판사 책에 줄줄이 실망.
반대로 예상밖으로 화집이 아닌데 감상하기 좋았던 책들도 있다.
내용은 신문기사 이상이 아니었지만,
명화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그림의 힘>
명화에 얽힌 이야기나 배경 등을
무서움에 버물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
도판의 인쇄질 역시 좋았던 <무서운 그림> 시리즈.
무서움에 한정해 내용을 풀어가다보니,
지나치게 비약하거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진 않지만.
명화하면 난해하고 가까이 하기 힘든 비싼 것이라던 편견을 벗고
명화에 흥미를 갖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어렸을 때 본 플란다스의 개의 영향 탓인지도 모른다.
네로가 성당 안의 루벤스 그림을 그토록 보고싶어 했으나 돈이 없어 보질 못하다 마지막 죽기 직전에야 봤으니;ㅁ;)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않게
뭉크에 빠져들게 만들었던
이진우 교수님의 <니체의 인생강의>도
인쇄질이 좋다.
물론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니체를 통한 삶의 통찰이므로
명화 감상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 책을 처음 폈을 때,
내용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뭉크의 그림들이었다.
뭉크의 <절규>는 너무나 유명해 그림 자체보다
그림을 따라한 이모티콘 등을 더 자주 접했다.
그래서 뭉크란 화가가 이렇게 날카롭고 선명하게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는 화가인지 몰랐다.
그래서 더 큰 사이즈로 뭉크의 세계에 빠지고 싶어져
구입하게 된 뭉크 화집.
가지고 있는 화집이 몇개 없지만
그 중에서 도판 인쇄질이 제일 마음에 드는 책이다.
내용은 아직 읽지 못했고,
매번 펼쳐서 그림만 열심히 보고 있는 중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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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책은 일종의 시각적 자서전이다보니,
뭉크의 자화상이 주를 이룬다.
뭉크의 자화상은 그 자체로 감명을 주지만,
심도깊은 화가의 세계로의 유영을 즐기기보단
여러 그림을 핥고 싶은 맘이 강해
고민 하던 중 찾은 것이 바로 처음의 꾀죄죄한 몰골로 온 화집.
이 얼마나 강렬하고 멋있는 표지인가.
기대치 한껏 올리며 기디리던 화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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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펴보기가 무섭게 찢겨있는 것을 발견.
서둘러 뒷표지도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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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신청은 책 상태 확인하고 곧장 했다.
다만 아쉬운 마음이 그득그득하다.
비오는 토요일, 뭉크의 세계에 빠지고 싶었는데
교환신청을 해놓고 나니 내책이 아니란 생각에 다가가기 어렵다.
내꺼인듯 내꺼 아닌 너ㅠㅠㅠㅠ
책 자체는 최근 실패율을 생각하면 꽤 마음에 들었다.
텍스트보다 도판 위주의 화집이라.
다만 책 판형은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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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집은 일단 커야,
그림도 시원시원하니 구경하는 재미가 좋다.
물론 도판위주인 건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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