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맹자 - 굽이치는 인생을 다잡아 주는 2,000년 마음공부
조형권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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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측은해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겸손하여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맹자가 말하는 인간의 네 가지 뿌리, 즉 사단이 여기 있다. 인, 의, 예, 지. 측은해하는 마음은 인이고, 착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의로움이며, 겸손하여 사양하는 마음은 예이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은 곧 지혜다. 어쩌면 너무나도 기본적인 것이라 말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마음 깊이 새기고 살아야 하는 인간의 기본 성품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기본에 충실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현실에 치이다 보면 측은해하는 마음보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먼저 앞서게 되고, 남을 생각하기 보다는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맹자는 군자라면 흔들리지 않는 마음, 부동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부동심을 가지기 위해서는 '세상에 거리낄 것이 없는 정신적, 육체적 기운'인 호연지기를 길러야 한다고 했다.

"오십에 읽는 맹자"는 꼭 오십이 아니어도 바쁘게 사느라 기본을 잊은 현대인들에게 초심을 일깨우며 보다 나은 인생과 사회를 지향하게 한다. 책의 각 장은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주제로 어떻게 너그럽게, 적당히, 계속 배우며, 사리에 맞게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맹자가 남긴 어록을 중심으로 당연한 것들을 다시 한번 일깨우며 삶의 자세와 지혜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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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 - 사유할수록 깊어지고 넓어지는 문화유산
김종수 지음 / 시간여행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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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전시회에 가서 현대미술 작품을 보고 작가에 대해 알아가는 데에는 흥미가 있어도, 문화유산과 유적지라고 하면 왠지 고리타분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문화유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분명히 알지만 큰 흥미를 갖지 못하는 데에는, 그에 대한 배경지식이 충분치 않은 것도 한 몫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중앙대와 건국대 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문화유산과 세계유산에 대한 강의를 하시는 김종수 교수님이 쓰신 책으로, 책을 읽어가다 보면 교수님과 함께 유적지 여러 곳을 방문하며 깊이 있는 강의를 듣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교수님은 단순히 문화유산에 대한 지식을 아는 데서 더 나아가, 사유를 통해 안목이 깊이 있고 넓어진다는 통찰의 문화유산 관점을 제창하시는 분이다. 나는 여전히 지식이 부족해서 사유를 통해 통찰로 나아가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지만, 이 책이 첫 발을 내딛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내가 방문해서 직접 본 적이 있는 석굴암, 석가탑과 다보탑, 황룡사 9층 목탑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그 부분을 먼저 읽어보았다. 경주 석굴암에 몇 번이나 방문을 했으면서도 천개석(key stone)이 깨져있는지도 몰랐고, 황룡사 9층 목탑이 전쟁 중에 지어졌는데도 왜 더 낮은 3층, 5층, 7층이 아닌 9층이어야 했는지 책을 통해 처음 알 수 있었다.

책의 1장은 신라, 2장은 백제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 경주를 여행하기 전에는 1장을 읽고 공주와 부여 지역을 여행하기 전에는 2장을 읽고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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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 - 나태주의 일상행복 라이팅북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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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필사가 좋은 걸 알면서도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꾸준히 적어내려 갈 마음에 드는 예쁜 다이어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끔은 펜 잉크가 말썽을 부리기도 한다. 이 책은 제목부터 위안이 되는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라는 필사집이다. 나태주 시인의 예쁜 시 바로 옆에 필사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주어서 마음 편히 적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나는 필기감이 좋은 펜 한 자루만 준비하면 된다.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다 보면 마음이 맑아지고 정화되는 기분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특히 복잡하지 않고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읽는 데 부담은 없고 감동만 크다. 신기한 점은 내가 조금이라도 앞서 읽어내려가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서 쓰면 오타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사할 때는 시에만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내가 사는 곳 가까이인 공주에 '나태주풀꽃문학관'이 있다고 한다. 평소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곳인데, 이제는 주말에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지금은 보수공사로 일요일에만 연다고 하니, 이번 겨울에 주말에 남편과 시간을 내서 찾아가봐야겠다.


복잡하고 할 일 많은 현대 사회에서 잠시나마 모든 걸 잊고 순수한 세계로 떠나고 싶을 때 펜을 든다.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리되는 느낌이다. 좋은 시를 베끼는 행위를 통해 기쁨을 얻는다. 새해가 시작되고 첫 장에 있는 시를 필사했다. 새해에 참 어울리는 위로되는 시라 공유하고 싶다.


그 아이 - 나태주


겉으로 당신 당당하고 우뚝하지만

당신 안에 조그맣고 여리고 약한

아이 하나 살고 있어요


작은 일에도 흔들리고

작은 말에도 상처받는 아이

순하고도 여린 아이 하나 살고 있어요


그 아이 이슬밭에 햇빛 부신 풀잎 같고

바람에 파들파들 떠는

오월의 새 나뭇잎 한 가지예요


올해도 부탁은 그 아이

잘 데리고 다니며

잘 살길 바라요


윽박지르지 말고

세상 한구석에 떼놓고 다니지 말고

더구나 슬픈 얘기 억울한 얘기

들려주어 그 아이 주눅 들게 하지 마세요


될수록 명랑하고 고운 얘기 밝은 얘기

도란도란 나누며 걸음도 자박자박

한 해의 끝 날까지 가주길 바라요


초록빛 풀밭 위 고운 모래밭 위

통통통 뛰어가는 작은 새 발걸음

그렇게 가볍게 살아가주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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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자들의 삶
마테오 B. 비앙키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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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98년 11월, 주인공과 헤어진지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S는 둘이 함께 6년 넘게 동거하던 집에서 목을 매 자살한다. 주인공은 아주 가깝게 사랑하던 연인 혹은 가족이 자살한 후, 남겨진 사람들의 삶과 감정에 대해 말하고자 이 책을 썼다. 주위에서 아무리 힘내라고 해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둘이 함께 살던 집에서 그 일이 있었으니 이사를 가라고 조언하는 주변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사를 간다고 그 기억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장소의 문제가 아님을 마테오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마테오는 이를 화염에 휩싸인 사람에게 물 한 잔을 주는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표현한다.

가깝고 사랑하는 주변 사람이 자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남일이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 나에게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섣불리 건네는 위로의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될 수도 있다. 회사 건물 계단을 오르다 급작스럽게 눈물이 터진 자신을 모른 척해준 상사가 참 고마웠다고 한다.

문학에서 위안을 찾고자 했던 마테오는 자살과 관련된 서적은 많지만, 막상 남겨진 자들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 20년 넘는 시간이 지나서야 이 책을 출간한다. 주변 사람이 사고나 병으로 죽었을 때와 달리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됐을 때,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가장 큰 차이는 죄책감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뿐만 아니라 왜 미리 알아채지 못했을까, 하는 죄책감 가득한 고통을 동시에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십수년이 지난 어느 날, 그의 기일 다음날 어제가 그의 기일이었음을 알아차렸을 때 마테오는 그것을 '실수'가 아닌 '극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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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 - 22살, 첫 일본 여행의 기록
문혜정 지음 / 세나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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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갔던 일본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던 지역인 교토가 포함된 여행 에세이라서 책을 신청했는데, 여행책이 도착하자마자 열어봤을 때 사진이 한 장도 없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오로지 빽빽한 글로만 가득찬 여행에세이는 처음이라고 생각하며 의아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성인이 되어 처음 홀로 일본 여행을 떠난 22살의 저자 문혜정 씨의 글이다. 작가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제주대 초등교육과에 다니고 있으며, 여름에는 오사카와 교토, 겨울에는 나가노에 방문하게 된다. 여름에 오사카에 갔을 때 우연히 보게 된 뮤지컬 <팬텀>의 여주인공에게 매료되어 그녀의 공연을 다시 한번 더 보기 위해 겨울에는 나가노를 찾게 된다.

너무나 자세하고 깔끔한 묘사로 모든 장면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져서 이 책에 왜 사진이 없었는지, 그리고 없어도 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사소한 일들까지 잘 표현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불과 몇 달 전에 오사카에 다녀온 나로서는 츠유노텐 신사나 나카노시마 장미 정원 등 익숙한 곳들이 나왔을 때 특히 더 반가웠고 책에 더욱 빠져 들었다.

개인적으로 혼자 여행하는 걸 그닥 좋아하진 않는데, 작가의 책을 읽으며 이렇게 혼자 여행하면서 체험한 일과 느낀 생각들을 말로 뱉지 않고 매일 밤 오로지 글로 표현해내는 것도 굉장히 의미있고 기억에 남는 여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사진을 찍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생생하게 당시의 여행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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