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자들의 삶
마테오 B. 비앙키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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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98년 11월, 주인공과 헤어진지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S는 둘이 함께 6년 넘게 동거하던 집에서 목을 매 자살한다. 주인공은 아주 가깝게 사랑하던 연인 혹은 가족이 자살한 후, 남겨진 사람들의 삶과 감정에 대해 말하고자 이 책을 썼다. 주위에서 아무리 힘내라고 해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둘이 함께 살던 집에서 그 일이 있었으니 이사를 가라고 조언하는 주변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사를 간다고 그 기억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장소의 문제가 아님을 마테오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마테오는 이를 화염에 휩싸인 사람에게 물 한 잔을 주는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표현한다.

가깝고 사랑하는 주변 사람이 자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남일이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 나에게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섣불리 건네는 위로의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될 수도 있다. 회사 건물 계단을 오르다 급작스럽게 눈물이 터진 자신을 모른 척해준 상사가 참 고마웠다고 한다.

문학에서 위안을 찾고자 했던 마테오는 자살과 관련된 서적은 많지만, 막상 남겨진 자들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 20년 넘는 시간이 지나서야 이 책을 출간한다. 주변 사람이 사고나 병으로 죽었을 때와 달리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됐을 때,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가장 큰 차이는 죄책감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뿐만 아니라 왜 미리 알아채지 못했을까, 하는 죄책감 가득한 고통을 동시에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십수년이 지난 어느 날, 그의 기일 다음날 어제가 그의 기일이었음을 알아차렸을 때 마테오는 그것을 '실수'가 아닌 '극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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