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 - 나태주의 일상행복 라이팅북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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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필사가 좋은 걸 알면서도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꾸준히 적어내려 갈 마음에 드는 예쁜 다이어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끔은 펜 잉크가 말썽을 부리기도 한다. 이 책은 제목부터 위안이 되는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라는 필사집이다. 나태주 시인의 예쁜 시 바로 옆에 필사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주어서 마음 편히 적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나는 필기감이 좋은 펜 한 자루만 준비하면 된다.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다 보면 마음이 맑아지고 정화되는 기분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특히 복잡하지 않고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읽는 데 부담은 없고 감동만 크다. 신기한 점은 내가 조금이라도 앞서 읽어내려가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서 쓰면 오타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사할 때는 시에만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내가 사는 곳 가까이인 공주에 '나태주풀꽃문학관'이 있다고 한다. 평소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곳인데, 이제는 주말에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지금은 보수공사로 일요일에만 연다고 하니, 이번 겨울에 주말에 남편과 시간을 내서 찾아가봐야겠다.


복잡하고 할 일 많은 현대 사회에서 잠시나마 모든 걸 잊고 순수한 세계로 떠나고 싶을 때 펜을 든다.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리되는 느낌이다. 좋은 시를 베끼는 행위를 통해 기쁨을 얻는다. 새해가 시작되고 첫 장에 있는 시를 필사했다. 새해에 참 어울리는 위로되는 시라 공유하고 싶다.


그 아이 - 나태주


겉으로 당신 당당하고 우뚝하지만

당신 안에 조그맣고 여리고 약한

아이 하나 살고 있어요


작은 일에도 흔들리고

작은 말에도 상처받는 아이

순하고도 여린 아이 하나 살고 있어요


그 아이 이슬밭에 햇빛 부신 풀잎 같고

바람에 파들파들 떠는

오월의 새 나뭇잎 한 가지예요


올해도 부탁은 그 아이

잘 데리고 다니며

잘 살길 바라요


윽박지르지 말고

세상 한구석에 떼놓고 다니지 말고

더구나 슬픈 얘기 억울한 얘기

들려주어 그 아이 주눅 들게 하지 마세요


될수록 명랑하고 고운 얘기 밝은 얘기

도란도란 나누며 걸음도 자박자박

한 해의 끝 날까지 가주길 바라요


초록빛 풀밭 위 고운 모래밭 위

통통통 뛰어가는 작은 새 발걸음

그렇게 가볍게 살아가주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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