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는 영영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의 비천함은 오직 그가 하루를 온전히 홀로 생존하지 못하는데에서 온다는 것을,P.11
그 말은 결코 물에 녹지않는 모래처럼 가슴속 어딘가에 내려가 쌓였다. 일부러 휘젓지 않으면 흙탕물은 생기지 않는다.P.396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순간 아주 서늘하고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건 어떤 예감에 가까웠다. 저 애들과 나 그리고 경진이를 서로 다른 곳으로 데려갈 작은 비틀림. 틀어진 방향과 시간의 동력이 만들어 내는, 전혀 다른 공간에 대한 직감 말이다. P.123
가기만 했다. 학교에도 다니기만 했고 엄마와도 같이 살기만 했고 교회도 가끔씩 가기만 했다. 매일을 그렇게 살았으면서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새삼스럽게하루 종일 인생을 낭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달리 할 수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온몸에 후회가 들러붙어 쓸쓸해졌다.
읽는 내내 갈증이 났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나도 모르게 목이 마르다.그리고, 이렇게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음에 감사했다.이 소설은 단 일주일 간의 단수로인해 일어난 사건들을 보여준다. 평소에는 감추며 살아가던 악함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고, 영웅심을 발휘하여 혼란스러운 상황을 지혜롭게 이끌어가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혼란을 틈타 한몫 챙기려는 인간도 존재한다.물 하나만으로 계엄령이 떨어지고 재난상황이 되는 것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소름끼치게 현실적이다.이 소설에서는 10대 청소년 5명이 이 혼란한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애쓰는 분투기를 보여준다. 서로에 대한 의심과 배신, 호감이 뒤섞여 있다. 일주일이지만 사건의 전과 후의 이들의 삶은 다소 달라진 것 같다. 나도 이 책을 읽고나서 물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바뀌었다.급변하는 상황과 반전에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오랜만에 잘 읽히는 재난 소설을 읽은 듯 하다.‘사람들은 수도꼭지가 말라 버린 이 순간을 기억하게 될지도 몰라. 대통령이 암살된 순간을 기억하듯이.’P.15